전사 실적 따른 ‘균등 성과급’ 한계
개인·조직 성과 반영한 보상 강화
기본급은 근속보다 ‘직무가치’ 중심
애플·엔비디아 등 RSU 사례 소개
회사 실적이 좋을 때 임직원 모두에게 일정 비율로 성과급을 나눠주는 이른바 ‘N분의 1’ 방식이 오히려 핵심인재 이탈과 젊은 직원들의 동기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정된 보상 재원을 일률적으로 배분하기보다 개인과 조직의 기여도를 더 반영하고, 핵심인재와 핵심직무에는 보상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1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총보상 패러다임 재설계’를 주제로 한 정기간행물 ‘임금·HR연구’ 2026년 하반기호를 발간했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역량이 달라지고, 최근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면서 기존 보상체계를 다시 짤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신규 콘페리 상무는 전사 실적에 따라 모든 구성원에게 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배분하는 방식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런 방식이 무임승차를 심화시키고 핵심인재 유출, 젊은 인재의 동기부여 저하, 인건비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과 개인성과급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사 성과를 기준으로 똑같이 나누는 비중은 낮추되 개인·조직 성과에 따른 차등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범용인재에는 적정 수준의 처우를 유지하면서도 확보 경쟁이 치열한 핵심인재와 핵심직무에는 보상재원을 집중해 시장 상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본급을 정하는 기준 역시 근속연수에서 ‘현재 맡고 있는 일의 가치’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상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총보상 전략의 출발점은 기본급”이라며 “근속연수보다 현재 맡은 일의 가치가 기본급을 결정하도록 하고, 동일 직무 안에서는 숙련과 지속적 기여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금 성과급에 편중된 보상체계에서 벗어나 장기 주식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홍순원 휴먼컨설팅그룹 상무는 국내 다수 기업의 보상체계에서 장기 인센티브(LTI)가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고 진단했다.
홍 상무는 “현금은 수령하는 순간 보상으로서의 유인 효과가 소멸하고, 아무리 큰 성과급도 지급 이후의 근속을 담보하지 못하며, 오히려 목돈의 수령이 이직이나 조기 은퇴의 밑천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 주식보상을 활용해 임직원이 회사의 중장기 기업가치 상승을 함께 누리도록 하고, 핵심인재의 이탈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보고서에는 애플과 엔비디아, ASML 등 글로벌 기업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운용 사례도 담겼다. RSU는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사전에 정한 성과조건을 충족한 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 방식이다.
애플은 일반 직원에게 RSU를 폭넓게 부여하면서도 인재 이탈 위험이 높은 실리콘 설계·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의 일부 엔지니어에게 추가 RSU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핵심 기술인력을 붙잡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산업 성장과 함께 주가가 오르면서 과거 지급한 미확정 RSU 가치까지 커졌고, 퇴사할 경우 이를 포기해야 해 이직을 억제하는 이른바 ‘황금 수갑’ 효과가 나타난 사례로 소개됐다. ASML 역시 근속기간과 기업 성과를 장기 주식보상에 함께 반영하고 있다.
다만 성과급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급능력과 투자여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구정모 목원대 교수는 성과급 재원 규모를 업황과 재무구조, 현금흐름, 미래 투자 등을 종합해 결정하되, 재원이 정해진 이후에는 전사·조직·개인의 성과와 기여에 따라 배분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황기 성과공유뿐 아니라 저성과·위기 때 성과급을 어떻게 조정할지까지 미리 정해둬야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상우 경총 이사는 “AI·디지털 전환으로 경영환경 변화가 크고 빨라진 상황에서, 기업도 보상체계를 연공과 일률적 배분에서 벗어나 변화의 흐름에 맞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인재와 미래 경쟁력에 직결되는 역할에 보상을 집중하고, 단기 현금보상뿐 아니라 장기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함께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총보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