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워킹맘 재선 의원 ‘깜짝’ 발탁
내달 2일 출근해 국회청문회 본격 준비
가족 개념 확장, 비동의강간 도입 등 관심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30대 현역 정치인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36)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용 후보자는 임신중단 약물 도입에 찬성하고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지지 않은 두 성인을 가족관계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로 발의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의제에 선명한 입장을 내왔다. 특히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주장해 온 용 후보자가 관련부처 수장 후보자가 되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1일 성평등가족부 등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에 처음 출근한다.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아온 제21·22대 재선 국회의원이다. 경기 부천에서 태어나 안산 경안고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국회에선 여성과 가족을 둘러싼 제도 개선을 주요 의정활동 과제로 다뤄왔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미프진 등 임신중단 약물 도입도 강하게 주장해 왔다.
21대 국회에선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성인도 서로 돌보며 생활할 경우 가족에 준하는 관계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사실상 ‘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2021년에는 생후 59일 된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해 이른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용 후보자는 전날(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30대 워킹맘으로서,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야당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비동의 간음’ 도입 줄곧 주장
용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가장 주목되는 정책 가운데 하나는 비동의간음죄 도입이다.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용 후보자는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22대 국회는 반드시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모든 성범죄 피해자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며 “비동의강간죄 도입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두고는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대표변호사는 “(비동의간음죄는)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추진해 온 여성 관련 개혁입법 과제”라며 “성범죄의 보호법익이 성적 자기 결정권인 만큼 동의 여부가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으로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형법에도 불법촬영이나 스토킹처럼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를 범죄 성립의 요건으로 판단하는 범죄가 이미 존재한다”며 “이들 범죄를 두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무고가 크게 늘거나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민경 경찰대학 범죄학과 교수는 “현실에선 폭행과 협박을 동반하지 않은 강간 사건이 더욱 많다”며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처럼 피해자는 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폭행·협박이나 위계가 인정되지 않아 현행법상 강간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그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이를 제압하는 어떤 형태의 강제력이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강제 없이 단순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범위를 넓히면 동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묵시적인 합의로 관계가 이뤄진 뒤 사후적으로 ‘당시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객관적으로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용 후보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도 경찰에 사건이 많이 밀려 있어 성폭력 피해자가 고소한 뒤 사건 처리가 더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조정 이후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직 유지하겠다 의지
한편 용혜인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수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은 국무위원으로 지명되면 일단 사퇴하고 다음 순번의 후보자에게 의원직을 넘겨준 뒤 국무위원직을 맡는 게 그간 일종의 관례로 인식됐다.
용 후보는 소속 정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라 사퇴가 어렵단 입장을 냈다.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그는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고 적었다. 자신이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기에 곤란하단 것이다.
인사청문회의 검증대에 서게 된 만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비례의원직 유지와 더불어 2023년 있었던 ‘공항 귀빈실 이용’ 논란도 다시 조명될 가능성이 있다. 용 후보자는 2023년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김포공항 귀빈실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비에 휩싸였다. 의원의 공무가 아닌 개인 일정에 귀빈실을 쓰는 게 정당하냐는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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