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2.6%·2분기 성장률 0.6%…인상론 뒷받침
서울 집값·가계 부채 2000조 돌파도 금융안정 부담
환율 1300원대 진입·증시 변동성은 동결론 힘 실어
금통위 점도표·신 총재 발언, 연내 추가 인상 가늠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인상과 동결 전망이 비등하게 갈리고 있다. 모든 지표가 일제히 ‘금리 인상’을 가리켰던 직전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강조해 온 물가와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통방)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 수준을 2.5%에서 2.75%로 올렸다. 2023년 1월 13일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고물가와 경제 성장세는 추가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6% 오르며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신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근원물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만큼 이번 금리 결정 과정에서는 근원물가 추이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전기 대비 0.6% 성장해 한은 전망치(0.2%)보다 세 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 3%대 성장률 달성도 유력한 상황이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발표할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관건이다. 직전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3%대까지 높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높은 성장세가 확인되면 수요측 압력을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명분이 커진다.
특히, 신 총재는 지난 통방 기자 간담회에서 7월 소비자물가와 2분기 경제성장률을 향후 통화정책을 판단할 핵심 지표로 거론한 바 있다. 이 기준으로는 금리를 높일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도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9% 올랐다. 상승률은 4월(0.55%)부터 4개월 연속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분기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 또한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반대로 외환·주식 시장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은 ‘이번엔 쉬어가자’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들어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19일 환율(주간종가 기준)은 1397.7원으로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높여 환율을 방어해야 한다는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 주가 변동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주식 시장 위축은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최근 주가 변동성 등 여파로 4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고용지표는 악화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분위기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미국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가는 나중에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결정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만약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직전 회의 때처럼 ‘만장일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통위에서 공개할 점도표와 신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이 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점도표란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각자 6개월 후 전망을 점으로 제시하는 소통 방식이다. 위원당 3개씩, 총 21개의 점이 찍힌다. 지난 5월 금통위가 공개한 점도표의 평균값은 2.89%, 중간값은 3%였다. 이 수치가 더 올라갈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