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익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 중 핵심적인 권리로 소비자안전권과 피해구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소비자는 물품 또는 용역으로 인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물품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입은 피해를 신속·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하여 제품안전기본법, 식품안전기본법, 전기안전관리법 등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물품의 등장과 해외직구의 증가에 따라 소비자안전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위해물품 등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소비자안전법의 제정이 요구되었으며, 22대 국회에 ‘소비자안전기본법안(허영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입법취지만을 본다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소비자기본법의 내용 중 안전에 관한 사항을 옮겨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다음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새로운 위해물품 등을 소관하는 행정기관이 없는 경우 또는 관련 행정기관이 복수인 경우에 주관행정기관이 직접 조치를 취하거나 해당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조치하게 하여 소비자 안전 침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거나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안에서의 주관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리콜 명령 등을 요청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안전위협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둘째, 통신판매중개자의 소비자안전에 관한 의무이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해외직구 등을 통해 위해 재화가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중개업자에게 소비자 안전 확보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통신판매중개자로 적용 대상을 한정함에 따라 이에 해당하지 않는 통신판매중개자의 통신판매중개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송허가제도를 삭제하고 예방적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소송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인 제소권자, 재판관할 및 증명 책임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으며, 소비자단체에 대한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법률안이 제정되더라도 소비자단체소송을 통한 소비자 안전 확보는 사실상 달성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안전은 소비자 권익 침해의 예방과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그 피해에 대한 구제로 구성된다. 그러나 법안은 전자에 국한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소비자에 대한 구제는 다른 법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게 됨에 따라 소비자안전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달성될 수 없다.

이처럼 소비자안전기본법안은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형식적인 소비자안전법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소비자안전법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형석 힌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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