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주차설루션 고객 초청 행사’서 시연
최대 3.4톤 운반…주차대수 50% 확대
현대차 생산 기지 도입해 관제 시스템 개발
충전·세차까지 연계해 로봇 사업 확장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두께 110㎜의 얇은 로봇 두 대가 제네시스 GV80 아래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잠시 뒤 앞·뒷바퀴를 들어 올리자 무거운 차량이 통째로 바닥에서 떠올랐다. 로봇은 차량을 앞으로 이동해 차단기에서 빠져나온 뒤, 제자리에서 90도로 회전시켰다. 운전으로는 어려운 측면 이동도 가능했다. 몇 번의 회전과 이동을 거쳐 GV80을 이중으로 주차한 뒤, 로봇 2대는 두 바퀴 사이로 빠져나왔다.
현대위아가 3톤이 넘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옮길 수 있는 주차로봇을 앞세워 아파트 주차난 해결에 나선다. 주차로봇의 공동주택 설치를 가로막던 규제가 완화된 것을 계기로 제조공장을 넘어 아파트와 공공시설 등 생활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7월 공동주택 규제 해소…아파트 공간효율↑
현대위아는 19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주차설루션 고객 초청 행사’를 열고 주차로봇의 작동 방식과 공동주택 적용 방안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건설사와 시공사 등 주요 고객 약 800명이 참석했다. 현대위아가 주차로봇을 주제로 대규모 고객 초청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위아 주차로봇은 얇고 넓은 로봇 두 대가 한 세트로 움직인다. 차량 아래로 진입해 라이다(LiDAR) 센서로 바퀴 위치와 크기를 파악한 뒤 앞·뒷바퀴를 들어 차량 전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최대 3.4톤의 SUV까지 운반할 수 있으며 차체 하부가 낮은 차량도 대응할 수 있도록 두께를 110㎜로 낮췄다. 최고 이동 속도는 초속 1.2m다.
백익진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사업부장 상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승용차를 대응할 수 있도록 하중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상고가 극단적으로 낮은 스포츠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대응이 어렵다.
현대위아는 최근 공동주택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걸림돌도 해소됨에 따라 주차로봇을 활용해 아파트의 주차대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주차장법 시행규칙’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잇달아 개정하면서 주차로봇의 공동주택 설치를 허용했다. (▶본지 5월 7일자 ‘신축 아파트에 ’주차로봇‘ 누빈다’ 기사 참고)
주차로봇은 운전자가 차량 사이에서 문을 열고 내릴 필요가 없다. 로봇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여 사람이 운전할 때 필요한 회전 공간과 통로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차량을 이중·삼중으로 배치하면 같은 주차장에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현대위아는 주차장 구조와 설계에 따라 기존 자주식 주차장보다 차량 수용 능력을 최소 20%,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상무는 “기존 자주식 주차장은 직각주차를 할 경우 통상 6m의 차로 폭을 확보해야 하지만 주차로봇은 운영 방식이 다르다”며 “차를 옆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차 대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시스템으로 대기시간 단축…50대 이상 동시 관제
현대위아는 특히 ‘관제 시스템’을 자사 주차로봇의 장점으로 꼽았다. 제조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 2.0’은 50대 이상의 주차로봇을 동시에 관제할 수 있다. 대형 사업장을 겨냥해 주차로봇 100세트 이상을 동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단층 기준 약 4000면의 주차장을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주차로봇은 현대차그룹의 생산 기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왔다. 2023년 11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처음 공급한 이후 현대차그룹 앨라배마 공장(HMMA),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울산 GP 신공장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 가운데 HMGMA에는 가장 많은 24세트(48대)의 주차로봇이 투입됐다.
관제 시스템을 통해 사람이 주차하지 않는 시간을 활용해 출차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 출근하는 입주민이라면 주차장 이용이 적은 야간에 해당 차량을 알아서 출차구역 인근으로 옮겨놓는 방식이다. 또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차를 미리 재배치해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백 상무는 “지정 주차와 자율 주차가 모두 가능하지만 관제 시스템이 전체 주차 상황을 계속 감지해 가장 최적의 조건으로 차량을 배치하도록 하는 방식을 보고 있다”며 “차량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의 차량은 안쪽으로 보내는 식으로 이용 습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는 오는 9월 실제 아파트에서 성능 검증에 돌입한다. 현대자동차·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국내 최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실제 공동주택 환경에서 운영 안정성과 주차 효율, 입주민 편의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주차를 넘어 충전과 세차 등 다양한 범위로 활용 사례를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등과 연계해, 주차로봇이 전기차를 충전구역으로 이동시키면 알아서 충전까지 마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사업부는 공장 자동화 및 로봇 사업에서 2028년까지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권오성 현대위아 대표이사는 “주차 로봇은 공간의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주차로봇을 통해 지하 주차장을 위한 굴착 깊이가 줄어들며 아파트 건축비 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전기차 충전설비 대수부터 물류센터에서의 차량 출고, 공항 등에서의 주차 경험까지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