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조 규모 10여개 프로젝트 제안
에너지·농무부 비료플랜트 등 요청
전력망 인프라 패키지 구축도 언급
프로젝트별 지분 확보 형태로 참여
국토부, 27일 국내 건설사에 설명회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단순 도급 시공을 넘어 고부가가치 플랜트 중심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수십조원 규모 협력 프로젝트 제안이 잇따르는 등 해외 플랜트 수주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 및 플랜트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및 수주 체계 고도화 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련기사 2면
19일 건설업계 및 관가에 따르면, 해외건설 정책 및 수주 지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오는 27일 국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투자개발형 건설 프로젝트 설명회를 개최해 대형 플랜트 및 인프라 사업 기회를 소개하고 국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국토부에 암모니아 공장·비료 플랜트 등 여러 분야의 10여 개 규모 투자개발형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미국 에너지부(DOE·에너지 및 첨단산업 정책 총괄)는 한국에 플랜트사업 5~6개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고, 미국 농무부(USDA·농촌 인프라 및 바이오에너지 관리) 또한 예정에 없던 국토부와의 면담을 타진해 추가 프로젝트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제안한 10여 개 투자개발형 협력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가 각각 한화 2조~3조원 수준으로, 전체 사업비 합계는 30조원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국내 기업이 프로젝트 전체를 독점 수주하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별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성과인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인프라 협력 사업이다.
국토부는 제안받은 프로젝트들의 구체적인 사업규모 및 조건을 검토하고, 국내 기업들의 참여 방식과 지분 등을 설계하는 금융 구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플랜트와 같은 산업설비 건설 프로젝트 제안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인프라 구축도 함께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첨단 제조공장 증설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기술력이 검증된 한국 기업에 인프라 패키지 수행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의 ‘미국 AI 데이터센터 개발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은 415테라와트시(TWh)로, 그중 미국 소비량 비중은 43%(180TWh)에 달한다.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미국 소비량은 606TWh로 예상된다.
이렇듯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규모 플랜트 협력 프로젝트를 잇따라 제안하는 건 인디애나주(州) 블루암모니아 플랜트, 네바다주 리튬·붕소 플랜트 등 양국 정부간(G2G) 협력을 거쳐 현지 주요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 중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술력 및 현장 수행능력에 대한 신뢰가 추가 프로젝트 제안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블루암모니아 플랜트 사업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연간 약 50만톤을 생산하는 플랜트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국토부 정책펀드인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 830억원과 미국 정책금융 15억달러가 투입되며, 삼성E&A와 미국 기업이 함께 수주했다. PIS 펀드는 정부·민간·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이 함께 조성한 금융지원책으로, 도급 시공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금융투자 연계형 수주 체계로 해외건설사업 체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꼽힌다.
앞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올해 1월 블루암모니아 플랜트 착공식에 참석하고,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면담을 진행해 한미 인프라 협력 확대 및 정책금융 연계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은 리튬플랜트, 탄산칼륨 등 협력 가능 사업을 추가로 발굴했는데, 그 중 하나인 네바다주 리튬·붕소플랜트는 제안 6개월 만인 지난 7월 개발 업무협약(MOU) 성과를 냈다. 협약식에 참석한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 또한 카일 하우스트바이트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협력 확대 논의를 진행하며 10여 개의 추가 프로젝트 제안으로 이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 반도체나 제조공장을 지을 때 건설사들이 함께 진출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점차 현지 체계가 잡히고 법인이 안착하면서 이제는 미국 자체의 독립적인 프로젝트에도 국내 건설사들이 직접 진출하는 단계”라며 “특히 미국은 투자개발형 민자사업 형태가 많은 만큼, 투자 전문기관인 KIND가 함께 참여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 추진이 미국 정부의 제조업 재건 및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한국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시장 규모가 세계적으로 매우 큰 미국에서 시공뿐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맡는 계약이 늘어나는 건 매우 긍정적”이라며 “플랜트 원천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지만 시공 공백이 크다보니,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 재건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연계된 추가 사업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K-건설의 위상이 커짐에 따라 해외건설 수주 실적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미국 수주액은 57억9000만달러로, 전년 37억2000만달러에 비해 55.6% 증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체코 원전 플랜트 및 중동 국가들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7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 이후 11년 만의 최대 실적이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신혜원·홍승희 기자
hwshin@heraldcorp.com
h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