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급수 동원 닷새 만에 폭우 구조 동원
거제 산사태 1명 사망 등 4명 사상·136명 구조
저수율 43%로 가뭄 해소… 2차 산사태 비상
박완수 지사 현장 점검… “장비 총동원 응급복구”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불과 닷새 전 극심한 가뭄으로 급수 지원을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던 경남에, 이번에는 840㎜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쏟아지며 또다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극과 극’의 기상이변이 한 주 사이에 이어지면서 소방당국은 물탱크차를 이용한 농업용수 공급을 마치자마자 대용량 방사포와 구조보트를 투입하는 긴급 구조·배수 작전으로 전환했다.
17일 경상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인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11시 30분까지 도내 누적 평균 강수량은 195.9㎜를 기록했다.
비는 남해안 일대에 집중됐다. 주요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거제(하둔) 843.5㎜, 통영 684.9㎜, 고성(학림) 429.0㎜, 사천(신수) 439.5㎜에 달했다. 특히 거제와 통영은 기상 관측 이래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간당 50~100㎜ 안팎의 비가 퍼부었다. 거제의 경우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에만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단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17일 오전 4시 42분께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야산 토사가 1층 주거지를 덮치면서 주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다른 주민 2명도 다쳤다. 이어 오전 5시 5분께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60대 여성 1명이 다쳐 해경과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2시 40분 상황대책반을 가동한 데 이어, 오전 6시 23분과 35분 두 차례에 걸쳐 국가소방동원령을 연속 발령했다.
현장에는 경남소방 인력 361명과 타 시·도 지원 인력 26명, 중앙119구조본부 47명 등 총 434명의 인력과 장비 97대가 투입됐다. 부산·대구·경북·창원 등 4개 시·도에서 급파된 험지펌프차 10대와 침수 지역 배수를 위한 대용량포방사시스템, 구조보트도 배치됐다.
소방당국은 1947건의 비 피해 신고를 접수받았다. 지역별로는 거제 1634건, 통영 313건이다. 이 가운데 20건의 구조 활동을 벌여 주민 136명(거제 126명, 통영 10명)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시설 피해와 주민 대피도 속출했다. 산사태 23개소, 도로 파손·침수 12개소, 하천 범람 4개소, 주택 침수 20개소 등의 피해가 발생했고, 통영·거제 일대 2030세대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거제 고현천·둔덕천·수월천과 통영 정량천이 범람해 터미널과 상가, 도로가 물에 잠겼다.
도내 도로 13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세월교 111곳 등 모두 212개소의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3개 시·군에서 총 125세대 165명(거제 84세대 107명, 사천 28세대 41명, 통영 13세대 17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80세대 99명은 여전히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번 호우로 극심했던 가뭄은 대부분 해소됐다. 지난 12일 도내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33.3%까지 떨어지고 농경지 2834㏊가 타들어 가자, 전국 16개 소방본부에서 물탱크차 200대와 인력 400명을 동원해 긴급 급수를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비로 지난 14일 32.2%였던 도내 평균 저수율은 17일 오후 2시 기준 43.1%로 올랐다. 거제시는 저수율이 28.7%에서 73.6%로 급등하며 가뭄 단계에서 벗어났고, 도내 가뭄 ‘심각’ 단계는 밀양만 남았다.
그러나 오랜 가뭄으로 바짝 메말랐던 지반에 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되면서 산사태와 옹벽 붕괴 등 2차 피해 우려는 커진 상황이다.
박완수 도지사는 이날 오전 거제 옥포동 현장과 임시 대피소인 옥포성지중학교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거제시청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해 전 시·군에 신속한 응급 복구를 지시했다.
박 지사는 “극심한 가뭄 직후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지반이 매우 약해져 비가 그친 뒤에도 추가 붕괴 위험이 크다”며 “각 시·군 부단체장은 위험지역 사전 점검과 주민 대피를 직접 책임지고 지휘하고, 인접 시·군과 군부대 장비를 총동원해 도민 생활을 조속히 정상화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ook96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