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공소청 출범 앞 개정 형사소송법 공포
수사준칙·검찰사건사무규칙 등 전면 개정작업 착수
형소법 후속 법률 개정은 오리무중…법령 손질 한계
구자현 대행 사퇴 수리 여부 주목…반려 가능성 거론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를 목전에 두고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공포됐다. 형사사법체계의 대격변을 맞게 된 검찰은 공소청으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 및 개정 형소법 후속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실무와 직결된 법령에 대한 전면적 개정에 더해 세부적인 규칙 정비가 공소청 출범 전까지 이뤄져야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좀처럼 작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 형소법에 따라 선행적으로 손질해야 할 법률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개정 방향을 정하는 일에 한계가 명확한 터라 하위 법령과 규칙을 정리하는 일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개정 형소법 자체에도 실무상 해소해야 할 쟁점이 산적해 있어 예정대로 공소청이 출범할 수 있느냐는 의문까지 일고 있다.
수사준칙·검찰사건사무규칙 등 손봐야 할 법령 광범위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산하 공소청개청준비단은 오는 10월 2일 공소청 출범에 맞춰 관련 하위법령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봐야 할 법령의 범위는 광범위하다. 대표적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과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이 꼽힌다. 현재 수사준칙은 대통령령으로,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법무부령으로 돼 있다.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의 경우 형소법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수사 과정에서의 협력과 사건 처리 절차 등을 구체화한 내용 등이 담겨 있어 대대적 개정이 필요하다. 대검 내부에서도 수사준칙 개정 작업에 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행 수사준칙은 보완수사 요구의 대상과 범위, 방법·절차뿐 아니라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 기한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 형소법이 보완수사 요구 사유와 이행·결과 통보·기간 연장 등의 절차를 새롭게 규정한 만큼 이를 수사준칙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직접 보완수사를 전제로 한 조항을 삭제하는 동시에 개정 형소법에서 정한 새로운 보완수사 요구 체계에 맞춰 세부 절차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도 단순히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수준의 작업만으로는 새 체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칙은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불송치 사건 및 재수사 요구 등 현행 형사사법체계를 전제로 검찰 사건의 수리·처리 절차를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사와 경찰 사이의 사건 처리 절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관련 조문과 각종 서식을 광범위하게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의 수사 절차에 관한 전면적인 정비도 불가피한 부분으로 꼽힌다. 기존 형소법과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사경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법무부령)은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개정 형소법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지면서 사건 송치 등 현행 절차를 공소청 체계에 맞게 다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하위 법령을 고치려면 먼저 상위 법률에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세부 구조가 명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개정 형소법에 맞춰 다른 법률에서의 입법 정비 작업이 남아 있고, 새 제도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 등에 보완수사 요구만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나, 보완수사 요구의 범위·방식과 이행 절차, 수사기관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처리 방식 등 실무적인 쟁점을 하위법령에 어떻게 담을지도 난제다.
사의 밝힌 검찰총장 대행…2주째 사표 수리는 안 되고 공백 계속
이처럼 공소청 출범 준비가 분주한 상황에서 조직을 이끌어야 할 검찰 수장의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공소청개청준비단장을 겸하고 있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지난달 31일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사직서를 제출한 뒤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구 대행은 당시 “책임을 통감한다”며 “방금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 대행이 사의를 밝힌 지 보름이 지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검찰은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새로운 대검 차장검사가 임명되기 전까지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검찰총장 직무를 이어받게 되는 구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구 대행의 사표를 반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조직 분위기를 추스러야 할 수장의 교체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앞서 사퇴 의사를 내비친 상태라는 점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개혁이 대부분 완료됐다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는 등 거듭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법무부와 검찰 수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공소청 출범일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법령 정비뿐만 아니라 조직·인사에 대한 설계까지 동시에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체계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선 검사들 “공소청 계획·비전 설명을”
대전지검 홍성지청 평검사들은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대검과 법무부의 권한이 있는 분들께 간절히 요청드린다”며 “공소청 설치 준비를 서두르고, 선택의 기로에 내몰린 검찰 구성원들에게 향후 공소청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제시하고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들은 “공소청 검사, 직원의 정원은 어떻게 되느냐”며 “시행 예정인 공소청법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도저히 예측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같은 날 검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대검찰청은 공소청으로의 체제 개편 이후에도 검찰 구성원들이 헌법과 법률로부터 부여받은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고, 오랜 기간 검찰청에 축적돼 온 전문성과 대응 역량을 계속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공소청 직제·인력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행정기관의 조직·정원을 결정하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사항으로서, 관련 내용을 검토·협의 중인 현 단계에서 구성원 분들께 상세히 안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대검은 또한 오는 18일부터 4주간 ‘공소청 운영모델’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시범청은 서울북부지검·대구서부지청·마산지청·논산지청 등 총 4개청이다. 대검 관계자는 “시범청은 현행법·제도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개정 형소법 취지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개정 형소법상 제도인 ‘구속영장청구 전 면담제도’, ‘사실관계 확인제도’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시범청 운영 결과 분석 후 개선·보완사항을 확인해 공소청 출범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보호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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