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1.5%→3.0%로 2배 상향
중도금·잔금대출 별도관리…수분양자 숨통 기대
금융사별 차등 배분 가능성…실수요 해소가 관건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두 배로 높이면서 확보된 30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 여력을 금융권에 배분하는 작업이 다음 주 본격화한다.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 관련 자금이 우선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문제는 기존 아파트 매수자들의 대출난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9일 금융권 관계자들을 소집해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목표 조정을 위한 실무회의를 연다.
금융위가 지난 13일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30조원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 배분 문제를 논의하는 첫 실무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금융회사별 배분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인 배분 방식과 평가 기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했다. 불과 넉 달 만에 관리 목표를 수정하고 곧바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은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진 대출 ‘오프 런’과 ‘새벽 광클’ 등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우선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대출난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달 대통령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는 수원의 한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가 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한 사연이 알려지며 집단대출 문제가 주목받았다. 이후 일부 신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단대출이 점진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대출난 완화 조짐도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을 통해 이주비와 중도금 그리고 잔금대출을 개별 금융회사의 총량 관리 목표에서 분리해 관리하기로 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는 크게 금융회사별 목표와 정책대출 목표, 유보분 목표 등 세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을 별도 관리한다는 것은 해당 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이 아닌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유보분에 포함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집단대출을 취급하더라도 자체 대출 한도가 아닌 당국의 유보분이 차감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총량 관리 부담을 덜면서 주택 공급 관련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추가로 확보된 30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이주비, 중도금, 잔금대출 등 주택 공급 촉진 목적의 자금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관건은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의 대출난까지 해소할 수 있느냐다. 이들은 최근 금융권 대출 오픈런을 촉발한 주요 수요층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난이 은행들의 자체적인 취급 한도 축소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금융회사별 총량 목표가 상향되면 기존주택 매수자의 대출 여건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가 대출 여력이 금융회사에 일률적으로 배분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까지 각 금융회사가 가계부채를 얼마나 충실하게 관리했는지가 배분 기준에 반영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총량 관리에 소홀했던 금융회사에도 차등 없이 대출 여력을 배분하면 신규로 확보된 30조원이 제대로 관리될 것이라고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별 기존 대출 증가 규모와 총량 관리 실적, 실수요자 대출 취급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추가 한도를 차등 배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30조원 안에서 집단대출과 청년 주거 지원, 각종 정책대출은 물론 기존 아파트 매수자의 자금 부족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당국은 기존주택 매수자의 경우 현행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안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세운 만큼 집단대출과 비교하면 개인별 필요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경우 현행 6억·4억·2억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안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에 개인별로 필요한 대출금액이 집단대출보다 크지 않다”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분까지 고려하면 30조원 범위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대출 여력이 실제 영업 현장에서 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의 준비 상황도 점검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확대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총량 목표 조정 과정에서 고객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직원 교육과 전산시스템 정비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의 과도한 영업이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고 ‘선착순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은행권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대출 여력의 금융회사별 배분 규모와 실제 공급 시점이 확정되면 얼어붙었던 대출 시장의 숨통도 점차 트일 전망이다. 다만 집단대출과 정책대출에 자금이 우선 배정될 경우 기존주택 매수자가 체감하는 대출 여건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어 오는 19일 실무회의의 배분 기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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