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 68.7%급증…반도체 비중이 47.5% 차지

‘반도체 달러’ 유입 원화 강세…수입물가 부담 완화

한은 두달 연속 금리인상…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

현대硏 “긴축과잉 땐 소비·고용 회복 더 늦어질 수도”

부산 항만에 쌓인 수출 컨테이너의 모습 [연합]
부산 항만에 쌓인 수출 컨테이너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반도체는 날고 원화 가치는 뛰었지만 가계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로 유입된 달러가 원화 강세와 성장률 상승을 이끄는 사이 소비와 청년 고용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수출 대기업과 내수·가계’의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정책 과잉대응으로 인한 K 양극화 고착화 가능성을 살펴야 할 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 성장했다. 1분기(1.8%)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수출이 1.4% 늘며 성장을 떠받쳤다.

수출 호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7%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월 25.9%에서 올해 8월 약 47.5%로 치솟았다. 수출품 두 개 중 하나가 반도체인 셈이다.

반도체 호황은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네고 물량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야간 거래에서 1345.0원까지 하락해 2024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는 1350.4원이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약달러와 외국인 자금 수급 개선에 ‘반도체 달러’ 공급이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은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가격을 낮춰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줄이는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중심의 고성장과 물가 불안, 수도권 집값 및 가계대출 증가는 반대로 한은의 긴축을 압박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는 3.00%로 추가 인상했다.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은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해지고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에도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살펴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 ‘샤넬’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 ‘샤넬’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문제는 수출에서 발생한 온기가 가계로 충분히 번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내구재 소비 증가율도 6월 10.3%에서 7월 마이너스(-) 4.1%로 돌아섰다.

정부 지원 등을 포함한 전체 실질소득은 1분기 0.4%에서 2분기 1.5%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같은 기간 -0.3%에서 -1.3%로 더 나빠졌다. 가계가 경제활동을 통해 스스로 창출한 구매력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의미다.

고용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7월 청년실업률은 6.8%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청년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 이후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기 확장 신호가 강해지고 있지만, 내수 중소기업과 청년층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한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와 가계부채에 과도하게 대응할 경우 K자형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계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 소비가 위축되고, 긴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 신용경색과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에만 맡기기보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 상승 요인별 미시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확보된 재정 여력은 에너지·공급망·물류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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