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45원, 23개월만에 최저

7월 고점 매수자는 15.9% 환차손 기록

기업은 달러 환전 늦추며 달러예금 확대

850원대에 엔화예금 22개월 만에 최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지난 7월 초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했을 때 달러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두 달 만에 적지 않은 환차손을 떠안게 됐다. 지난 7월 1일 장중 고점인 달러당 1599.2원에 1만달러를 매입했다면 1599만2000원이 필요했었지만, 환율이 1345원까지 떨어진 현재 원화 환산 가치는 1345만원으로 줄어든다. 환전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평가손실이 254만2000원, 손실률은 15.9%에 달한다.

그러나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에도 국내 기업과 개인은 오히려 달러를 더 사들이고 있다.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해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늦추는 한편, 수입기업과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낮아진 환율을 달러 확보 기회로 활용하면서 주요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께 1345.0원에 거래됐다. 2024년 10월 8일 기록한 장중 저가 1344.6원 이후 약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 1일 장중 고점인 1599.2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254.2원 급락했다. 달러를 보유한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달러예금 잔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769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달러예금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69억500만달러 증가해 763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불과 3영업일 만에 6억4300만달러가 더 늘었다.

증가세는 바로 기업이 주도했다. 3일 기준 기업 달러예금은 633억2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8월 한 달 동안에만 60억8000만달러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도 5억달러나 증가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자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의 원화 환전을 미루고 있고, 향후 결제대금이 필요한 수입기업들은 달러를 나눠 사들이고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단순한 환차익 목적이라기보다 무역대금 결제와 환율 변동 위험 관리 차원의 달러 확보 수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기업이 원화 환전을 미루는 동안 수출대금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달러예금이 쌓이고 있다”며 “수입기업도 낮아진 환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달러를 분할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출입을 비롯한 무역거래 대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달러 보유를 확대하고 있다”며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향후 반등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개인 달러예금도 지난 3일 기준 136억8100만달러로 증가했다. 2022년 2월 기록한 138억4900만달러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8월 말보다도 1억4400만달러 늘었다.

실제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원화의 달러 환전액은 9월 들어 지난 3일까지 총 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환전액은 3억8900만달러로 올해 1월의 5억600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윤창빈 기자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윤창빈 기자

원화의 달러 환전액은 지난 2월 2억7500만달러에서 6월 1억6400만달러까지 줄었다가 7월 3억4900만달러로 반등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달러의 원화 환전액은 8월 1억1100만달러, 9월 들어 1700만달러에 그쳐 원화의 달러 환전액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개인들은 7∼8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역시 저가 매수세가 거세다. 지난 3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243억3000만엔으로, 2024년 10월 말의 1조1542억2000만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8월 말보다 415억8000만엔 늘어난 것으로, 이달 들어 3영업일 동안의 증가액이 8월 한 달 증가액인 438억4000만엔과 맞먹는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월 23일 약 1년8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온 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장중 100엔당 853.07원까지 떨어지며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9월 1∼3일 원화의 엔화 환전액은 총 63억엔으로 집계됐다. 사흘간 환전액이 지난 8월 한 달 환전액인 282억3000만엔의 22%에 달했다.

원화의 엔화 환전액은 지난 7월 388억6000만엔, 8월 282억3000만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0%, 27.6%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일본 여행 수요와 함께 향후 엔화 가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엔화예금은 달러예금보다 개인 비중이 높다”며 “현재 엔화 가치가 낮다는 인식과 향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수요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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