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경찰서 (11) 서울 관악경찰서
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진로 체험을 마치고 귀가하던 미성중학교 권도겸(14)·곽지성(15) 군의 눈에 심상치 않은 장면이 들어왔다. 30대 여성이 발작 증세를 보이며 차도로 향하고 있던 것. 저러다 사고난다, 직감한 두 학생은 곧바로 여성의 양팔을 붙잡아 차도로 나가지 않게 막았다. 그러고선 112에 신고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두 학생은 이 일이 있고 나서 관악경찰서로부터 감사장과 포상금을 받았다. 지난해 112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된 이후 관악서에서 청소년이 포상금을 받은 첫 사례다. 관악서는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112 신고 포상금 집행 실적이 가장 많다. 시민의 작은 신고와 행동을 적극적으로 치안 활동으로 연결하고 우수 신고에는 포상으로 감사를 전하고 있다.
관악구는 전체 구민 약 47만7500명 가운데 20~30대 인구가 41%를 차지한다. 1인 가구 비율은 62.7%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20~30대 여성 주민 비율(29.4%)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관악구의 112 신고 건수는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네 번째로 많았다. 특히 스토킹과 교제 폭력 신고는 각각 서울에서 가장 많거나 두 번째로 많다. 이를 기반으로 관악서는 주민과 지역사회의 신고와 참여를 독려하며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 신림역과 목골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 사건 이후로 방범 시설을 늘리고 취약계층에는 안심 장비를 지원했다. 현재 관악구 곳곳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7373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4023대는 사람의 이상행동을 분석·감지할 수 있는 지능형 CCTV다.
범죄예방 인프라 확충과 현장 중심 치안 활동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관악서는 2024년과 2025년 경찰청 범죄예방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전국 최우수 관서로 선정됐다. 최근 4년간 연간 112 신고 건수는 13%, 5대 범죄는 19% 감소했다.
1976년 문을 열어 올해 개서 50주년을 맞은 관악경찰서에는 92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관악구가 팽창하고 치안 수요도 덩달아 늘면서 지난해 말 경무관 계급의 서장이 지휘하는 경찰서로 승격됐다.
시민을 지키는 관악서의 얼굴들
임주완 수사1과 집중수사팀장
서울 관악구는 ‘원룸촌’으로 불릴 만큼 1인 가구가 많다. 서울살이를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이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의 원룸을 찾아 몰리는 곳이지만 그만큼 전세 사기의 그림자도 짙었다. 2025년 관악구에서 접수된 전세 사기 사건만 약 800건.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수사과에 집중수사팀까지 꾸렸다. 조각난 전세 사기 사건을 하나로 묶어서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게 임주완 팀장과 팀원들의 임무다.
집중수사팀은 최근 보증금을 가로챈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중국 국적자나 한국으로 귀화한 피의자들은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건물 12채를 지은 뒤 100명이 넘는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19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챘다. 처음에는 40여건의 개별 고소 건이 다른 수사팀에 흩어져 있었다. 임 팀장은 “집중수사팀은 이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다수 명의자의 공범 관계부터 추적했고 명의자들 위에 있는 실질적인 임대인까지 수사를 확대해 주범을 특정하고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출범 이후 수사에 탄력이 붙으며 집중수사팀은 약 300건의 전세 사기 사건을 종결했다. 이 가운데 약 200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전됐다고 해서 피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관악구 전세 사기 피해자의 90% 이상은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대출과 부모의 노후 자금 등을 모아 마련한 보증금을 잃고 경매가 진행된 뒤에도 제대로 배당받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 팀장은 “아직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 성과만 놓고 뿌듯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임 팀장은 “관악에는 원룸이 많다 보니 신축이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며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살펴야 하며 가능하면 대출이 없거나 건물 가치 대비 대출이 적은 곳을 선택하고 보증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남욱 형사2과 피싱수사팀장
최근 서울 관악경찰서에는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80대에 가까운 피해자는 금융감독원 직원과 검사로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7차례에 걸쳐 현금 8800만원을 건넨 상태였다. 돈은 문고리에 걸어두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이 경찰에 신고한 뒤에도 조직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아들을 설득해 가짜 돈을 준비하고 아파트 안팎에 잠복했다. 이후 돈을 찾으러 온 수거책 남성을 현장에서 붙잡았고 추가 수거책을 추적해 2차 전달책 여성까지 검거했다. 여성의 가방에서는 직전 다른 피해자로부터 받은 600만원 상당의 현금 봉투도 발견됐다.
검사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고령층과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는 이어진다. 피해자의 불안과 죄책감을 자극하며 심리적으로 통제한다. 때로는 피해자 스스로 숙박업소 등에 몸을 숨기는 이른바 ‘셀프 감금’까지 유도한다.
최남욱 형사2과 피싱범죄수사팀장은 “피해자에게 한쪽에서는 엄청나게 혼을 내고 다른 쪽에서는 자신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피해자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의 말을 믿고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악서는 서울경찰청 내에서도 보이스피싱 사건이 많은 경찰서로 꼽힌다. 2024년 312건, 피해액 86억원이 접수됐고 지난해에는 364건, 119억원으로 피해 규모가 늘었다. 관악서는 올해 초부터 피싱범죄수사팀을 대면 범죄를 담당하는 1팀과 비대면 범죄를 맡는 2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피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 7월까지 104건, 27억원의 피해가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83억원)보다 피해액이 약 70% 감소했다. 발생 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약 60% 줄었다. 최 팀장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 대응 강화와 해외 스캠단지 단속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검거 인원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통신·금융기관과 연계한 선제적 피해 예방에도 나서고 있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파악한 악성 앱·피싱 사이트 정보를 통신사와 금융기관에 공유하고 관련 이용자 정보를 다시 경찰에 전달받아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연락을 피하거나 만나기를 거부하면 위치 확인을 통해 숙박업소 등에 숨어 있는 피해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최 팀장은 “관악경찰서에는 이런 명단이 상당히 많이 내려오고 있고 한 달에 서너 명 정도는 실제 피해를 예방한다”며 “이미 범죄 조직의 지시에 복종하고 있는 피해자에게는 경찰이 직접 찾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는 예방법은 간단하다. 최 팀장은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알았다. 책임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미심쩍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를 찾아가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실제 수사는 영화처럼 검사나 경찰관이 욕설하고 윽박지르는 방식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증거를 확인하고 진술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준범 신림지구대 경사
관악서가 지키는 대상은 범죄 피해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찰관이 현장에서 발견한 주민의 위기 신호에도 눈을 돌린다. 올해 3월 서울 관악구 서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남편을 찾아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신고는 일단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관이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상황이 달라졌다. 현관문 천장에서 벌레가 떨어졌고 바닥에는 진드기가 들끓은 듯한 흔적이 있었다. 밥통에는 오래돼 시큼하게 변한 밥이 그대로 있었고 음식물 주변에는 날파리가 날아다녔다. 옷장도 없어 옷가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집 안에는 심한 악취가 났다.
집에 살던 부부는 70~80대 고령층이었다. 남편은 백내장으로 시력이 좋지 않았고, 아내는 투석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병원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직감한 신림지구대 소속 배준범 경사는 관악구청과 주민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긴급 방역과 집 안 청소, 도배 등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졌고 거동이 어려운 아내에게는 방문 간호 서비스도 연계됐다. 그는 이후에도 한달가량 구청과 주민센터에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부부의 집을 다시 찾으며 경과를 지켜봤다.
배 경사는 위기가구를 발견하는 데는 거창한 관심보다 평소 이웃의 작은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모든 주거지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인다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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