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소법의 형사재판 파장 우려

“복잡한 사건, 정리 안된 채 법정 올수도”

대법원 “현행 구속기간 한계…개선 필요”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공포되면서 향후 형사재판 과정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원 안팎에서 제기된다.

현직 법관들은 검사가 기록 검토를 통해서만 사건을 기소하게 되면 공소 자체의 완결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질 수 있고, 재판에서는 증인신문을 비롯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져 선고가 자연스레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형사재판 장기화가 예견되는 상황에 맞게 구속기간 조정 등 후속 입법 작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한 법관은 지난 1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앞으로 재산범죄를 비롯한 복잡한 사건들은 심리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사가 직접 수사로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사건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법정으로 오게 되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도 재판이 장기화되는 케이스는 증인이 많고 내용이 복잡한 사건들인 경우”라며 “2020년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법관 사이에선 재판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는데, 향후에는 재판이 더욱 어렵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관들은 개정 형소법의 시행으로 공판중심주의 자체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형사재판은 현행 시스템보다 더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판중심주의란 형사재판에서 유·무죄 및 양형에 관한 심증 형성이 법정에서의 심리(구두변론·증거조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개정 형소법에 따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절차가 신설됐지만, 검사는 해당 절차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검사가 확인한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선 증인을 법정에 다시 불러 신문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공판 1심 합의부의 구속 피고인 사건 평균처리 기간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이미 장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형사공판 1심 합의부의 구속 피고인 사건 평균처리 기간은 142일, 불구속 피고인 사건은 219.7일로 조사됐는데,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뀐 2021년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21 사법연감’을 보면 2020년 구속 피고인 사건이 평균 131.3일, 불구속 피고인 사건은 194.2일이 걸려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검·경 수사권으로 2021년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서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수사를 맡고, 그 외 형사사건은 경찰이 담당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과 함께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것도 이때다.

재판 지연이 예견되는 상황을 고려해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기소 이후 1심 선고가 나는 기간에 비해 구속기간이 짧다는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1심 재판 중 피고인이 풀려나는 사건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재판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형소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의견서를 통해 구속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형소법 개정으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와 심리가 한층 충실하게 이뤄질 경우 심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 현행 구속기간 제도 하에서는 충실한 심리의 요청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기간의 합리적 조정이나 조건부 구속·석방제도의 도입 등 인신구속 제도의 개선은 이러한 관점에서 입법적으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으며, 법원은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