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가철도공단 상대 소송 최종 패소
서울시, 철도공단과 부지 사용 협약 맺었지만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무상사용 문제 발생
철도공단이 변상금 421억 부과하자 소송 제기
서울시 1심 승소…2심서 뒤집혀 대법에서 확정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공원 부지 사용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낸 420억원대 변상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서울시가 철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변상금 부과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서울시)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이 서울시에 부과한 총 421억여원의 변상금 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고(서울시)가 이 사건 협약 등에 근거해 경의선숲길 공원 시설이 존치하는 동안 이 사건 지상부지를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거나 지상부지의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 계약 또는 약정의 해석이나 국유재산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경의선숲길은 지하화된 경의선 지상부에 있는 효창공원앞역부터 가좌역까지 약 6.3㎞ 구간에 조성된 공원이다. 홍대입구역 인근 구간은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등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 서울시와 철도공단은 경의선 지상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는 데 철도공단이 ‘부지 사용에 협조’하고, 공원 조성·운영과 관련해 ‘국유재산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을 상호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공단은 이듬해인 2011년 7월 서울시에 해당 국유지를 5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문제는 양측이 협약을 맺은 뒤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발생했다. 2011년 4월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개정돼 지방자치단체가 국유재산의 사용료를 면제받으려면 해당 재산의 취득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이 경우 무상 사용 허가 기간도 1년을 넘길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기존 무상사용 허가 만료를 앞두고 철도공단에 2016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다시 5년간 무상으로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갱신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서울시가 요청한 5년이 아닌 2017년 7월까지 1년만 무상사용을 허가했다.
서울시는 약 358억원을 투입해 경의선숲길 공원 조성 공사를 완료했는데, 철도공단은 서울시에 더 이상 무상사용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협약 체결 당시에는 지자체에 대한 사용료 면제가 가능했지만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에 향후에는 유상사용 허가로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2017년 7월 이후 경의선숲길 공원을 계속 운영하면서 국유지 사용을 이어갔다. 이에 철도공단은 2020년 11월 서울시가 2017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부지를 무단 점유했다고 주장하면서 157억여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어 2020년분 77억여원, 2021년분 88억여원, 2022년분 98억여원을 차례로 부과했다. 서울시에 부과된 총 변상금은 421억여원에 달하게 됐다.
서울시는 철도공단과 맺은 협약에 따라 경의선숲길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면서 변상금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협약을 믿고 358억원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했는데 뒤늦게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서울시)에게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경의선숲길 공원시설의 관리와 운용을 위해 지상부지의 점유나 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철도공단)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 대해 변상금을 부과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시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철도공단에 변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협약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지상부지의 무상사용에 관한 기재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지상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신뢰를 가지도록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행령 규정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국유재산법에 따른 변상금 부과와 관련해 ‘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며 “이 판결은 법리에 따라 원심 판단을 수긍한 것으로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며 이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y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