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 혁신’ 이태희 ㈜미륭 대표

레미콘 차주 안전 위해 시스템 고안

他업체 ‘안전’ 5등급인데 2등급 획득

“스마트팩토리·ESG 미래경쟁력 강화”

이태희 ㈜미륭 대표가 부산 남구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
이태희 ㈜미륭 대표가 부산 남구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

“회사의 안전 수준은 경영자가 그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비용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안전시설과 보호구 확충, 교육에 투입하는 비용은 손실이 아니라 회사와 직원을 지키기 위한 ‘투자’입니다.”

이태희 ㈜미륭 대표는 부산 남구 ㈜미륭 본사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안전은 생산성과 맞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이익만 좇다가 발생한 사고 한 번에 당사자와 가족의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게 회사 브랜드 가치까지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륭은 약 10년 전부터 안전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였다. 안전담당자가 반드시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회사가 지원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아 내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 요인도 점검했다. 중요한 작업에 앞서 작업 방법과 위험 요인, 안전 확보 방안을 담은 계획서를 작성하고 사전 결재를 받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은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동종 중소기업이 통상 5~6등급에 머무는 안전보건(SH) 정밀 평가에서 ㈜미륭은 매년 등급을 끌어올려 올해 2등급을 받았다.

이 대표가 이끄는 ㈜미륭의 안전 경영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울산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차량 운전자가 호퍼 사다리를 오르내리다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이 대표는 즉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레미콘 계약 차주는 공장에서는 레미콘 업체, 운송 중에는 차량 보험,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사의 안전관리 체계에 각각 놓인다. 작업 장소에 따라 관리 주체가 달라지는 일종의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미륭은 사고 발생 이후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사고 자체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대책 마련 지시에 따라 회사는 인증받은 전신 안전벨트와 안전로프, 추락방지대를 조합한 레미콘 차량 전용 안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고안했다. 운전자가 차량 호퍼에 오를 때 로프에 안전고리를 체결하면 추락 순간 장치가 잠기는 방식이다. 여러 제품을 구매해 직접 시험했고, 안전 장비가 불편하면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착용 편의성도 높였다. 일부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달가량 시범 운영한 뒤 계약 차량 40대 전체에 장치를 설치했고, 전체 운전자를 불러 별도의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기존 고가 장비 대비 비용은 크게 낮추면서도 레미콘 차주들의 안전은 더 확실하게 확보할 방안에 대한 건설 현장 관계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에서도 시스템 도입을 적극 제안 중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적은 비용이라도 관심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안전을 확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장비를 지급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로 착용하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1990년 설립된 ㈜미륭은 부산·경남 대표 레미콘 업체로 성장했다. ▷해운대 엘시티 ▷해운대 아이파크 ▷광안리 더블유(W) 등 초고층 주거 시설을 비롯해 광안대교와 터널, 항만, 해군 기지 등 지역 주요 건설 현장에 제품을 공급했다. 단일 공장 기준 판매량과 수익성에서도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이다. 미륭은 국내 최초로 압축강도 160메가파스칼(㎫)급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공동 개발해 시험 타설했으며, 화재에도 장시간 견딜 수 있는 내화성능을 확보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부산·경남 레미콘 판매량이 최고점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도 미륭은 설비와 기술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생산·품질·설비·운송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품질 변동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스마트팩토리 구축도 추진 중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역시 별도의 홍보 활동이 아닌 일상적인 경영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저탄소 시멘트와 순환자원을 활용하고 비산먼지와 소음, 폐수, 잔여 콘크리트를 철저하게 관리한다”면서 “원재료 야적 공간도 집합형 저장 창고로 바꿔 주변 지역에 미치는 환경 영향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ESG는 홍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기업이 매일 지켜야 할 기준”이라며 “오랜 현장 경험과 디지털 기술을 조화롭게 결합해 안전과 품질, 환경에서 부산·경남 레미콘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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