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부 중수청·국과수 이관론…범정도 축소·폐지 여부 논의

검찰청 폐지 등 검찰 개혁이 현실화되며 검찰 조직을 떠나는 검사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검찰청 폐지 등 검찰 개혁이 현실화되며 검찰 조직을 떠나는 검사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면서 대검찰청의 과학수사부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계속 유지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공포된 뒤 후속 작업으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을 검토하며 공소청의 조직과 업무를 정비하고 있다.

특히 대검 과학수사부와 범죄정보기획관실을 공소청에 그대로 둘지, 다른 기관으로 넘기거나 축소·폐지할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검 과학수사부는 법과학분석과·DNA화학분석과·디지털수사과·사이버기술범죄수사과로 구성돼 있다. 필적과 심리, 진술, 유전자정보(DNA), 포렌식 등 과학적 증거를 감정·분석해 검찰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사라지는 만큼 대검 과학수사부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과수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을 검찰이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데다, 공소청에 자체 과학수사 조직을 두면 이를 우회적인 직접수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표적인 검찰개혁 강경파인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중수청 직제안이 입법예고된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검의 과학수사부·디지털포렌식센터 등은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게 마땅하다”며 “공소청에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과학수사 부서가 그대로 옮겨가는 게 순리이고 상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중수청 직제안에는 사이버기술수사과·디지털수사과·AI가상자산분석과 등 3개 과로 구성된 ‘과학수사국’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진보 성향 참여연대도 지난달 법무부와 대검 공소청개청준비단에 “현재의 검찰청 수사부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대검 과수부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등 인프라를 국과수 등 외부 전문기관으로 통합·이관할 계획이 있느냐”고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대검 과수부가 관리하는 디지털 증거 관리 서버 ‘디넷’(D-NET)과 ‘엔디파스’(NDFaaS)를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까지 통째로 보관해 다른 사건 수사에 활용하는 이른바 ‘디지털 캐비닛’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과학수사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과수의 1차 검증을 대검 과수부가 독립적으로 다시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과학수사부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2022년 성범죄 정황이 묻힐 뻔했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과수는 피해자의 청바지 등 5개 부위를 검증했으나 청바지 바깥쪽에서만 가해자의 DNA가 발견됐다. 성폭행 시도 증거를 찾지 못한 검찰은 가해자를 단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대검 과수부는 피해자의 청바지·속옷·상의·카디건 등 121개 부위를 정밀감정했고, 청바지 안쪽 허벅지에서 가해자의 DNA를 검출했다.

검찰은 이후 죄명을 강간살인미수죄로 변경했고,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지난 5월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에서도 대검 과수부는 장윤기(24)가 범행 전 자신의 차량 뒷문을 열어놓은 CCTV 영상 장면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검찰 수사팀은 납치와 강간 목적의 살인으로 판단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과수부를 대검에서 아예 독립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행안부 산하 국과수처럼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켜 전문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거듭했던 범죄정보기획관실도 개편 대상이 될 전망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설치된 범정은 검찰총장에게 직접 범죄 정보와 검찰 안팎의 동향을 보고하며 위세를 떨쳤다.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 민간인을 사찰하고 ‘청와대 하명수사’에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명칭을 바꿔 범죄정보만 수집하도록 권한을 제한했고 조직 규모도 대폭 줄였다. 2021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발사주’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이름이 ‘정보관리담당관’으로 바뀌고 권한이 최소화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보완하겠다며 범정을 부활했다. 범정이 취급하는 정보의 범위도 ‘수사정보’에서 ‘범죄와 관련된 정보’로 확대했다.

범죄정보기획관은 지난해 2월부터 6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서울중앙지검도 지난달 형사소송법 개정을 앞두고 수사정보과 소속 일부 수사관을 다른 부서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만큼 일부 인력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범정 자체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조작이나 사실관계 오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하려면 범죄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