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과 호흡·직원 신뢰 동시에 얻어야 ‘장수 부구청장’

서울시·중앙정부 잇는 가교…민원·재난·홍보까지 ‘팔방미인’

AI가 만든 서울시 전제 모습
AI가 만든 서울시 전제 모습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서울시 25개 자치구 부구청장들은 대부분 서울시 2~3급 고위공무원들이다.

선출직 구청장과 호흡을 맞춰 1200~200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구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는 자리다.

한마디로 구청장의 ‘최고위 참모’다.

서울시에서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정상훈 행정1부시장 직무대리와 김성보 행정2부시장과 이동률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 각 실·본부·국장 등이 뒷받침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부구청장의 역할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구청장의 공약과 정책 방향을 정확히 읽어 조직에 전달해야 하고, 반대로 직원들의 목소리와 조직 분위기를 구청장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서울시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가교’ 역할까지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 고위간부 가운데 자치구 부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근무하는 간부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진만 영등포구 부구청장이다. 김 부구청장은 강동구와 서대문구, 강남구에 이어 영등포구까지 무려 네 번째 부구청장을 맡고 있다.

정헌재 강서구 부구청장도 강서구와 강남구를 거쳐 다시 강서구 부구청장을 맡아 세 번째다.

최홍연 송파구 부구청장은 동대문구에 이어 두 번째 부구청장을 맡고 있다.

이인근 도봉구 부구청장도 금천구에 이어 두 번째다. 신종우 노원구 부구청장은 은평구, 김태희 동작구 부구청장은 중랑구, 이영기 관악구 부구청장은 영등포구, 강옥현 서대문구 부구청장은 양천구에 이어 각각 두 번째 부구청장이다.

배형우 중구 부구청장도 동작구에 이어 두 번째이고, 정상택 중랑구 부구청장은 마포구, 백운석 서초구 부구청장은 도봉구, 김기현 광진구 부구청장은 동대문구, 조미숙 동대문구 부구청장은 서대문구에 이어 두 번째 부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광덕 용산구 부구청장과 사창훈 금천구 부구청장 역시 각각 영등포구와 동작구에 이어 두 번째 부구청장이다.

반면 최경주 성북구 부구청장을 비롯 김경탁 강동구, 윤보영 강북구, 최원석 구로구, 오경희 마포구, 고광현 성동구, 하영태 양천구, 안형준 은평구, 김수덕 강남구, 이준형 종로구 부구청장 등은 현재 첫 번째 부구청장으로 뛰고 있다.

이들 부구청장의 출신도 다양하다. 행정고시와 지방고시뿐 아니라 7급·9급 공채, 특채 등을 통해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오랜 행정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부구청장의 하루 업무도 만만치 않다.

구청장 공약사업과 주요 정책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시나 중앙부처와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뛰어 해결해야 한다. 주요 민원 현장을 찾는가 하면 구정 홍보를 위한 대책회의도 챙긴다.

특히 요즘처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 재난 상황에서는 더욱 바빠진다.

구청장이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사실상 구정을 책임져야 한다. 경로당과 취약지역 등을 돌며 어르신과 취약계층의 안전까지 챙기는 것도 부구청장 몫이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부의 신뢰다. 구청장과 아무리 호흡이 좋아도 국·과장 등 간부와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조직을 끌고 가기 어렵다.

반대로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 부구청장은 실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구청장 역시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결국 ‘장수 부구청장’이 되는 비결은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위로는 구청장을 제대로 보좌하고, 아래로는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서울시와 중앙정부까지 움직여 지역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

반대로 권위적인 태도나 ‘갑질’ 논란 등으로 조직 내 부정적인 평가가 쌓이면 구청장도 계속 함께하기 어렵다.

부구청장은 흔히 선출직 구청장 뒤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청장이 구정의 방향을 잡는 ‘선장’이라면 부구청장은 조직이라는 배가 제대로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기관장’과 같은 존재다.

구청장에게 신뢰받고,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것. 서울 25개 자치구 부구청장들이 살아가는 법이자,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한편 서울시 부구청장 출신 중 선출직 구청장이 된 경우도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과 김경호 광진구청장이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성동구 부구청장을 지냈다. 서울시 인재개발원장, 재무국장 등을 거쳐 퇴직 후 10년만에 민선 8기 송파구청장에 도전해 당선된 이후 민선 9기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복지본부장과 광진구 부구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등 을 거친 후 민선 8기 광진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민선 9기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유보화 성동구청장은 성동구 부구청장에 이어 선출직 구청장이 된 행운아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