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대행 사의, 지휘부 공백
형사소송법 후속 작업 차질 불가피
미래 불투명…“이탈 고민 검사 많아”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검찰 내부는 극심한 무력감에 빠졌다. 검찰은 정치권의 형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정부·여당에 보완수사권의 필요성 등 의견을 적극 전달해 왔지만, 법안에 반영된 요소는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은 지휘부 공백 상황까지 맞게 됐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두 달 앞두고 형소법 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구 대행은 이날 휴가를 내고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 대행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 후임 대검 차장검사가 임명될 때까지 검찰총장의 직무는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게 된다.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 구 대행이 이미 총장 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앞서 구 대행은 형소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 대행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에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형소법 개정의 후속 작업을 위해 조만간 구 대행의 후임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검찰청 폐지를 목전에 두고 조직 내부 분위기가 동요하는 상황을 추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검찰청 폐지와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구 대행의 사의 표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앞으로도 바뀔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선에서 검사들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남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선 검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조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개혁을 내세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사들의 이른바 ‘검찰 탈출 러시’는 가속화 되고 있다. 법무부의 ‘10년간 검사 퇴직자 수 월별 통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개월 동안 퇴직한 검사의 수는 212명으로 집계돼 문재인·윤석열 정부 기간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검사 이탈이 나타났다. 이번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의 권한이 더욱 축소되면서 조직을 떠나는 검사가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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