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역사상 최대 M&A 추진설…성사시 글로벌 4위 제약사 부상 전망
‘항암제 메가 파이프라인’ 구축…면역항암제·ADC 시장 주도권 재편 예고
반독점 당국 심사 변수…특허 절벽 타개 위한 글로벌 M&A 열풍 가속화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영국을 대표하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기업가치 총 4000억달러(약 57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합병(M&A)을 추진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아우르는 초대형 항암 공룡의 탄생과 함께 판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BMS는 최근 몇 달간 합병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가까운 시일 내 타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시가총액은 약 382조원, BMS는 약 192조원으로, 양사가 합쳐질 경우 단숨에 시가총액 기준 세계 4위의 제약 거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이번 합병설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와 BMS는 함구하고 있다. FT는 “가까운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으나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 또한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단연 ‘항암제 포트폴리오의 강력한 시너지’다. BMS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폐암), ‘임핀지’(면역항암제)와 더불어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ADC 치료제 ‘엔허투’를 앞세워 글로벌 항암 시장을 선도해 왔다.
양사의 합병은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차세대 항암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BMS가 안고 있던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특허 절벽) 리스크를 아스트라제네카의 차세대 ADC 및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으로 메우고,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 매출 80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 시장인 미국 내 거점과 유통망을 일시에 확보하는윈윈(Win-Win)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형 M&A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기존 효자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절벽’이 자리 잡고 있다. BMS 역시 옵디보 등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신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번 합병 시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 R&D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자, M&A를 통해 타깃 기술과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는 생존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메가 M&A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대 합병 법인의 탄생은 글로벌 임상 시험의 규모와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합병 과정에서 중복되는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차세대 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술력을 갖춘 K-바이오기업들의 플랫폼 기술 및 파이프라인 라이선스 아웃 기회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합병이 최종 타결되기까지 넘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글로벌 반독점 당국의 규제 심사다. 양사 모두 항암제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 및 경쟁 제한 우려로 규제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예상된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중심 세력 확장 및 본거지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영국 정치권과 금융가의 강한 반발도 변수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가 미국 시장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는 상황에서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거대 제약사의 미국 편입 논란은 정치적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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