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9도…1904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
경남 농민 열사병 사망…농작물 피해도 심각
울산도 폭염주의보, 온열질환자 82명 비상
기상청 “당분간 비 소식 없이 무더위 이어져”
[헤럴드경제(부산·울산·창원)=정형기·박동순·황상욱 기자] 부산·울산·경남이 극한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경남 양산은 사흘 연속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섰고, 부산도 122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29일 오후 3시 33분 양산의 낮 기온이 40.3도까지 치솟아 2008년 12월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냈다. 30일도 오후 2시 49분 40.3도를 기록했고, 7월 마지막날도 40도를 웃도는 살인적 더위가 이어졌다. 국내에서 사흘 이상 연속 40도를 기록한 기존 사례는 2018년 8월 경기 안성과 경북 영천 등 두 곳 뿐이다.
경남 고성에서는 90대 여성이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던 중 열사병으로 숨지고, 사천에서는 90대 남성이 열사병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온열질환 사고가 잇따랐다.
또 열파와 가뭄이 겹치면서 농작물 생리장해도 깊어지고 있다. 30일 현재 도내 누적 강수량은 556㎜로 평년(870.8㎜)의 63.8% 수준에 그치고, 평균 저수율도 44.0%로 평년(73.5%)을 크게 밑돌고 있다. 밀양과 양산에는 농업용 가뭄 ‘경계’ 단계가 발령됐고, 창원·진주·김해 등 8개 시·군은 ‘주의’ 단계가 내려졌다.
도내 826개 농가, 721.3ha 농경지에서 피해가 접수됐다. 진주·거제·양산·하동 벼 재배지 167.1ha에는 시듦 현상과 도열병 발생 징후가 나타나 급수차가 긴급 투입됐고, 산청 지역 가루쌀 61.6ha와 콩·고구마 등 밭작물에서도 수분 부족으로 잎 시듦과 위조 증상이 확산하고 있다. 사천·김해·밀양 등 437개 과수농가 365.1ha에서는 강한 햇볕에 단감이 검게 타들어 가는 ‘햇볕 데임’과 열과 피해가 발생했고, 진주에서는 배와 키위의 생육 저하가 이어졌다.
축산농가 피해도 늘고 있다. 31일 기준 폭염 폐사 가축은 돼지 3846마리, 가금류 1만5327마리 등 1만9173마리에 달한다. 경남도는 창원·김해·양산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하고 축사 쿨링포그 가동과 옥외작업 중지 지도에 나섰다.
부산은 29일 오후 2시 56분 기준 38.8도를 기록하며 1904년 4월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고기온을 나타냈다. 종전 최고는 2016년 8월 14일 37.3도였다. 인근 김해도 38.6도까지 치솟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 최고기온 39도, 체감온도 40도 이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다.
울산도 30일 기준 중구 14명, 남구 19명, 동구 11명, 북구 8명, 울주군 30명 등 온열질환자 82명이 발생하며 비상이 걸렸다. 울산시는 지난 18일 폭염주의보를 발효하고 22일 경보단계로 격상한 후 시민들에게 안전수칙을 문자 안내하고 있다.
김상욱 시장은 지난 29일 남구 부곡동 실화재 선박훈련장 설치공사장을 찾아 ▷물 ▷바람·그늘 ▷휴식 ▷보냉장구 ▷응급조치 등 폭염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안전수칙 이행 여부와 휴게시설 운영 상태 등을 살폈고, 5개 구·군과 함께 무더위쉼터 60곳과 폭염저감시설 60곳의 그늘막 등 시설 유지관리 상태와 냉방기, 안개 분사기의 작동 여부도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원인으로 상공을 뒤덮은 ‘이중 고기압’을 지목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겹으로 한반도를 덮으면서 열기가 뚜껑에 갇혔고,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던 부산의 바닷바람마저 열대 수증기를 머금은 ‘뜨거운 온풍’으로 변해 이른바 ‘천연 에어컨’이 작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비 소식 없이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충분한 수분섭취와 무리한 야외활동 자제 등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kaf200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