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가계대출에 나타난 상반된 양상
주담대·약관대출 잔액 차, 1년 새 8분의 1로 줄어
주담대 문턱 높이지만, 약관대출 관리·통제 어려워
금리도 뒤집혀…“노후 자금 고려한 상환 계획 필요”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보험을 담보로 빌린 돈(보험계약대출)의 잔액과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격차가 최근 1년 사이 2조9000억원에서 3500억원 수준으로 급격히 좁혀졌다. 두 대출 잔액이 거의 비슷한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보험사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주담대를 조인 결과인 동시에, 증시 상승기 ‘빚투’가 보험 대출로도 옮겨붙은 여파로 풀이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생·손보 8개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상반기 말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은 47조691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 주택담보대출 잔액 48조376억원과 차이가 346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격차 2조8893억원에서 1년 만에 8분의 1로 줄고, 4월 1조6290억원이던 간격은 두 달 만에 5분의 1로 좁혀졌다.
주담대는 집값의 일부를 충당하는 돈이라 한 건에 수억원이 오간다. 반면 약관대출은 가입자가 그동안 낸 보험료로 쌓인 해약환급금(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때 돌려받는 돈) 범위에서만 빌릴 수 있어 건당 금액이 훨씬 적다. 그럼에도 두 대출 격차가 좁혀진 것은 보험사 주담대보다 보험 대출 잔액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험사가 주담대 창구를 좁힌 것도 요인 중 하나다. 한 보험사는 지난달부터 모든 채널에서 신규 취급을 멈췄고 다른 일부 보험사들은 비대면 접수와 신규 접수를 각각 중단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대출한도 축소와 주택거래 감소를 배경으로 꼽으며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고려해 연중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창구를 열어둔 곳들은 일제히 금리를 올렸다. 한 생보사 아파트 주담대 평균 금리는 2024년 말 4.51%에서 올 6월 5.25%로 올랐다. 신용도에 따라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같은 기간 5.48%에서 7.41%로 2%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오는 9월 말부터 보험사가 주담대를 내줄 때 쌓아야 할 자본 기준을 높일 예정이다.
반면 약관대출은 증시가 오르고 은행 신용대출과 카드론 문턱까지 높아지자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몰렸다. 약관대출은 가입자가 이미 쌓아둔 돈을 담보로 하는 계약상 권리여서 전면 중단도 어렵다. 보험사들은 지난 4월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낮추고 지난달에는 일부 상품의 대출 취급을 멈추기도 했지만,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약관대출 금리는 공시이율(보험사가 매달 정해 가입자 적립금에 적용하는 이자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하는데, 가산금리가 1.5% 안팎에 고정돼 있어 공시이율이 내려간 만큼 대출금리도 함께 내려갔다. 그 결과 2024년 말에는 생보 3사 모두 주담대 금리가 약관대출보다 낮았지만 현재는 주담대가 0.5~1.0%포인트 높다.
금융당국도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보험사들을 불러 약관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달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을 지적하며 관리 노력을 한층 끌어올려 달라고 당부했다.
차주 입장에서는 보험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가 대출금을 먼저 떼고 준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보험사는 조언한다.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넘어서면 보험계약 자체가 해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계자금 목적이면 보험을 해지하지 않게 막아주는 완충장치지만, 투자 목적으로 받았다가 손실을 보면 자금을 영구히 잃을 수 있다”면서 “노후자금 목적으로 가입한 보험이라면 용도와 상환계획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ps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