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보이스피싱보험 가입자 14만명
포용금융 기조에 보상보험 전략적 지원
무과실배상제 대비 ‘손실 최소화’ 전략
은행권의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가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업점 방문 고객뿐 아니라 고령층이 밀집한 농촌 지역까지 찾아가 무료 가입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 차원의 행보지만 금융권에서는 도입을 앞둔 ‘보이스피싱 무과실배상’에 대비해 향후 배상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는 총 13만6675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은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입은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통상 피해액의 70%,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한다.
일부 은행은 2024년부터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보험 가입을 지원했다. 월 5000원가량의 보험료를 은행이 대신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포용금융이 주요 정책 기조로 떠오르면서 무료 가입 지원도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고령층 고객 비중이 높은 NH농협은행이 특히 적극적이다. 3월 무료 가입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두 달 만에 누적 가입자가 2만3000명을 넘어섰다. 15일 기준으로는 12만9014명까지 늘었다.
포항시지부의 경우 지역행사에 직원을 보내 보험을 홍보하고 있으며 안양호계금융센터는 노인종합복지관 등 지역 시설과 연계해 상품을 알리고 있다.
신한은행도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과 보이스피싱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예방교육 과정도 신설해 강의 수료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가입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도입 예정인 보이스피싱 무과실배상 제도가 있다.
무과실배상은 금융회사의 고의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강준현·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며, 당정은 하반기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5000만원 범위에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피해자가 보상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먼저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의 실제 배상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예컨대 20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해 보험사가 1000만원을 지급하면 은행이 부담할 배상액은 나머지 1000만원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보험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은행의 잠재적인 배상 부담도 감소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급된 만큼 은행의 배상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무료 가입을 지원할 유인이 있다”며 “향후 부담할 수 있는 배상액을 고려하면 보험료 지원 비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일반인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범죄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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