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이별전·후 2명중 1명은 가정폭력 겪어

“이 순간만 넘기면”…폭력 피해자 68.5% ‘무대응’

가정폭력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정폭력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이혼·별거·동거 종료 경험자의 절반이 이별 전후 시기에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별 과정이 폭력 위험이 집중되는 고위험 시기인 것이다.

특히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는 여성이 남성보다 10.2%포인트(p) 높았고 피해 여성의 38.2%는 6개 이상의 폭력 유형이 중첩된 복합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남녀 90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조사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지난 1년간(2024년 8월~2025년 7월)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가운데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5.9%로 2022년(7.6%)보다 1.7%포인트(p) 감소했다.

여성은 정서적 폭력(6.2%), 성적 폭력(1.8%), 신체적 폭력(1.3%), 경제적 폭력(0.7%) 순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중복응답). 남성은 정서적 폭력(3.5%), 신체적 폭력(0.9%), 경제적 폭력(0.4%), 성적 폭력(0.2%) 순이었다.

여성에게 최초 피해 시기를 물은 결과, 결혼·동거 후 5년 이후가 5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결혼·동거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이 34.0%, 결혼·동거 후 1년 미만이 9.8%, 교제 기간이 3.2%였다.

이혼·별거·동거 종료 등 이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541명이고 이 중 절반(50.0%)이 이별 전후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남성의 피해 경험률은 47.4%에서 40.0%로 7.4%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성은 54.5%에서 59.6%로 증가했다.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여성이 29.1%, 남성이 18.9%였다. 이별 후보다 이별 전에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남성보다 10.2%포인트(p) 높았는데 피해 여성의 38.2%는 신체·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통제, 스토킹 등 6개 폭력 유형 중 2개 이상이 중첩된 복합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발생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68.5%로 2022년 조사(53.3%)보다 증가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그 순간만 넘기면 될 것 같아서’(36.3%)가 가장 많았고 이어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0%),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31.4%) 순이었다.

폭력 발생 이후 가족이나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80.9%에 달했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는 ‘이웃이나 친구’(10.7%), ‘가족이나 친척’(10.1%)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뒤 이어선 ‘온라인 카페·커뮤니티 등 익명의 사람들’(1.5%), ‘경찰’(1.1%), ‘종교지도자’(0.9%), ‘가정폭력 상담소 및 보호시설’(0.7%), ‘여성긴급전화 1366’(0.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결과 가정폭력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23.2%로 3년 전보다 2.7%포인트(p)증가했다. ‘왜 피해자가 폭력행동을 하는 배우자 곁을 떠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43.8%로 3년 전보다 2.6%포인트(p) 늘었다.

성평등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정폭력·스토킹 예방 캠페인을 통해 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주거지원 시설을 확충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거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이별 폭력 등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폭력에 대해 예방부터 선제적 대응, 사후 보호까지 전 과정에 걸쳐 피해자 맞춤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i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