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미만 사기에 징역 1년이상 선고 드물어

피해 변제위해 또 사기범행 ‘돌려막기’ 반복

추가 피해 막기위한 신상공개 검토 주장도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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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조직적이고 피해 규모가 큰 사건 뿐만 아니라, 지인을 속여 금품을 뜯어내거나 수시로 무전취식을 하는 등 일상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범행들을 포함하고 있어 그 범위가 여느 범죄보다 넓다.

형법상 사기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거듭 제기돼 왔지만, 법조계는 단순히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형량 확대만으로는 재범률을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범에 대한 엄벌 기조와 피해 변제 절차를 강화하는 한편, 상습 사기범에 대한 관리와 정보 제공 등 추가 범행 방지를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출소 직후 또 사기…연인·지인 속여 1.6억 뜯었다=이미 다섯 차례나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30대 남성 A씨는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또 사기를 쳤다. 여자친구에게는 생활비와 급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고, 다른 지인에게는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냈다. A씨는 별건 사기 사건으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였는데, 기존 피해자에 대한 변제 금액을 돌려막기 위해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김천지청 형사2부(부장 한주동)는 A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24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연인관계였던 20대 여성 2명을 상대로 차용금 명목으로 1억247만원과 1627만원을 각각 빌려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대출을 알아보던 30대 남성에게 ‘대출 작업비를 주면 대출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4439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시 이미 다른 사기 사건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었고, 출소 후 누범기간 중에 있었다. 검찰이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와 피해금 사용처 분석 등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한 결과, A씨는 코인 투자와 앞선 사기 사건들의 피해자들에 대한 변제를 돌려막기 위해 이 사건 피해자 세 명을 속여 돈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형받은 전과자가 공갈·사기…피해자만 13명=사기 혐의로 실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20대 남성 B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용돈을 줄 것처럼 접근한 뒤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부장 임홍석)는 B씨를 공갈과 사기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 기소했다.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채팅 어플에서 만난 3명에게 미성년 여성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성적인 대화를 유도한 뒤, 대화내역을 토대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합계 약 984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채팅 어플에서 만난 피해자 10명에게 용돈을 줄 것처럼 행세하면서 수수료를 먼저 달라고 요구해 5764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검찰은 B씨가 과거 재판에 불출석한 채 도주한 전력이 있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계속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해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양형기준 강화…상습범 신상공개도 검토해야”=이들 사건과 같은 동종 재범이 빈발하는 원인으로는 낮은 양형기준이 꼽힌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B씨의 사례처럼 피해액이 1억원 미만인 일반사기는 기본 징역 6개월~1년6개월이고, 수법이 불량하거나 동종 범죄를 저지르는 등 가중 요소가 반영되더라도 징역 2년6개월이 최대다.

한 현직 검사는 헤럴드경제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사기 당한 돈이 전재산일 수도 있고, 수위가 낮은 처벌을 받은 사기범은 형을 살고 나와서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으로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재범에 대해서는 더 강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사기로 1억원 정도를 편취했을 때 징역 1년 이상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인적 신뢰를 기반으로 준 돈 몇백만원 몇천만원 때문에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세상을 떠나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기 범죄가 단순히 범행에 대한 한 번의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들 사건은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피해자에 대한 변제를 위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드는 ‘돌려막기’가 반복되고, 재판 중에도 추가 범행이 이어지는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결국 상습 사기범에 대한 관리와 재범 억제 장치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헬프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정 금액 이상의 특정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상습범인 경우 범죄자 신원을 일정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한규 변호사도 “재판을 받는 중에도, 심지어 구금이 된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기망하는 경우들이 많다”며 “동종 전과가 많고 또다시 사기를 칠 위험이 있는 사기범에 한해서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신상공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근혁 기자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