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쇄신TF 27일 ‘순환근무제 확대’ 논의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 사건을 은폐·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 사건을 은폐·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경찰의 연고지 유착 이른바 ‘향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직 경찰 간부의 아들인 장윤기가 고교생을 살해한 사건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다. 장윤기의 성범죄 증거를 덮으려 한 인물로 지목된 광주 광산경찰서 경찰관은 아버지 장모 경감과 근무연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경감은 지난해 초까지 광산서 소속으로 10년 넘게 근무했다.

27일 경찰청이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경감 이하 실무 경찰관들 1만7130명이 같은 경찰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직의 허리급인 경감이 5209명, 경위는 8697명, 경사는 321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윤기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누설한 의혹을 받는 광산서 수사팀원은 경사 계급이었다.

장기 근무는 서울보다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한 경찰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감 이하 경찰관은 전체의 8% 정도였다. 반면 전북청, 충북청, 충남청, 경북청, 경남청 등은 10년 넘게 같은 경찰서에서 장기 근무한 실무급 경찰관이 4~5명 중 1명 꼴이었다.

정부 여당은 경찰의 지역 유착을 막기 위해 순환근무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총경 이상은 1년 주기, 경정은 2년 주기로 순환 인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경감 이하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4일 기준 같은 경찰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감 이하 경찰관 현황. [이상식 의원실]
지난 14일 기준 같은 경찰서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경감 이하 경찰관 현황. [이상식 의원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해식 의원은 지난 23일 당정 간담회 직후 “장윤기 사건의 발생 원인은 지역에서의 유착”이라며 “유착을 끊기 위해 순환근무제를 확실히 정착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장윤기 부친에게 공무상 비밀을 유출한 경찰관은 경사”라며 “경사 정도까지도 수사를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순환근무를 돌려야 한다는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경찰은 당정에 현실적으로 경위 이하 직급은 순환근무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고 수사 사건에 대한 복수 담당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가경찰위원회 내에 수사 인권 감찰·조사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쇄신 방안도 보고했다.

경찰은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순환근무제 도입을 위한 현장 의견 수렴과 외부 전문가 논의 등을 거치기로 했다.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은 쇄신TF는 27일 순환인사 등을 안건으로 한 첫 회의를 연다. 김 위원장은 법무부 검찰개혁위원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6일 경찰의 장윤기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경찰관 연고지 유착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순환인사제를 전면 도입하고 경찰관 친족 사건에 대한 자진신고·상피제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정부의 순환근무 방침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한 경찰 간부는 “무작위로 순환을 돌리는 것보다는 우수 인재를 전략 배치해야 역량을 끌어올리고 신속하게 변화할 수 있다”며 순환근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경감 이하 순환근무제 폐지를 요구하면서 오는 29일 연석회의를 예고했다.


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