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로 하여금 중국의 거센 한일령(寒日令)도 버티게 했던 원동력인 지지율이 내각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녁 약속을 자제하고 ‘혼밥’을 즐기며 정책을 공부한다는 ‘은둔형 리더’라는 점이 유권자들에게 갈수록 ‘불통’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본인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임에도, 여성이 왕위를 계승할 수 없도록 한 왕실전범 개정 등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중도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24∼26일 18세 이상 1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7%로 나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직전 달 조사에 비해 한 달 만에 12%포인트나 빠졌다. 요미우리 신문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0% 선을 지키지 못하고 내려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4%로, 지난달 조사(21%)보다 13%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인기가 자민당을 뒷받치는 구도였는데, 올해는 그나마 자민당 고정 지지층 덕분에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지지율 구멍을 메우는 모습도 보인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7%로, 지지한다는 답변(41%)보다 높았다. 요미우리는 무당층에서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지지율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같은날 발표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볼 수 있다. 닛케이와 TV 도쿄가 지난 24∼26일 18세 이상 남녀 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58%로 나왔다. 지난달 조사보다 10%포인트나 떨어졌다.
떨어진 10%포인트는 고스란히 “지지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옮겨간 듯하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7%로 지난달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무당층에서 신속히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비슷한 추이였다. 무당층에서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지난달보다 15%포인트 오른 51%였다. 무당층에서는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지지한다는 답변을 웃돌았다.
그 외에도 교도통신, 마이니치 신문과 지지통신, 아사히신문 등이 발표한 조사에서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50%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고공행진을 했고, 올해 조기총선이란 승부수에서도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탄탄했던 다카이치 총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시기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왕실전범 개정이나 중요 정책 등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이른바 ‘불통’ 요소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저녁을 외부 인사들과 함께 하는 것을 피하고, 관저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정책을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처럼 총리 혼자 구상하고 고민하는 정책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다카이치 총리가 전임자들에 비해 국회 출석 횟수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의 국회 운영이 “강압적이었다”는 답변이 57.5%로 “신중했다”(35%)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왕실전범 개정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와 다른, 보수층의 논리에 충실했다는 것이 패착으로 지적된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왕실전범 개정 등 중요한 법안이나 정책 등에 대해 총리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라는 비율이 62%로 “그렇다”(29%)를 크게 앞섰다.
왕실전범은 현 나루히토 일왕이 아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남성으로 한정한 왕위 계승권에 대한 논의와 결혼한 여성 왕족의 왕족 지위 유지 등을 논의한 계기였다. 국민적 인식은 여성도 왕위를 이을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더 높았다. 닛케이 조사에서 “여왕도 여계 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비율이 59%로 나왔다. “여왕만 인정하고, 여계 왕은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25%였다. 여성의 왕위 계승을 인정하자는 답변이 총 84%인 셈이다.
그러나 논의 끝에 왕실전범에서는 여성의 왕위 계승을 여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못 박았고,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왕실 양자로 들인 뒤 양자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해당 규칙의 대상자는 나루히토 일왕과 36촌 내지는 38촌인 인물로, 600년 전 조상을 공유하는 관계라 전해졌다.
나루히토 일왕이 직계존속인 딸을 두고도, 36촌 내지는 38촌 남성을 찾아 왕위를 물려줘야 하는 상황을 만든 데 대해 국민들 대다수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요미우리 신문 조사에서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입양아로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5%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40%)를 웃돌았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왕실전범 개정과 관련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는 응답이 49.6%로 나타나 “이해를 얻었다”(44.3%)보다 높게 확인됐다.
이 외에도 다카이치 총리가 참의원에서 압도적인 여당의 힘을 앞세워,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 부(副)수도법 등 중요 정책에 대해 논의가 충분했다는 응답은 24.3%에 그쳤다.
최근의 물가 상승 등 경제 정책도 다카이치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물가 상승 대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71%로, 직전 조사보다 15%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이뤄진 조사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질문에 부정 평가 비율이 70%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중순 왕실전범 개정이후부터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급락을 알리는 신호가 나오자, 정부와 여당에서는 ‘단속’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자민당은 지난 2024년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로 치명타를 입은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와 가까운 한 각료는 요미우리에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라며 당혹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심의에 참석해 중도개혁연합 시나 다케시 간사장으로부터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하락 원인을 내가 분석하기는 곤란하다”며 “(원인을)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각 여론조사에서 정책 관련 질문 등이 있어, 국민의 뜻을 참고하고 있다”고 했지만 적극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시나 간사장이 왕실전범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여왕이나 여계 왕 관련 사항 등 남아있는 문제를 논의할 전문가 회의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 당장 새로운 전문가 회의를 설치할 생각은 없다. 우선 성립된 개정 왕실전범의 시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개정 왕실전범 시행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고물가 대책과 관련해서는 “물가 대책을 최우선으로 노력해왔다”며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 가장 높은 실질임금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동 정세는 전망이 어려우므로 물가 동향 등을 주시하면서 예비비 활용을 포함해 적기에 확실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나에 노믹스’ 자체가 확장정책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물가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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