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유류비 크레딧 사용처 확대
소액결제 악용 적발, 반납은 0.6%뿐
소상공인의 공과금 부담을 덜어주려 책정됐던 예산이 휴대폰 게임 결제 등 경영과 무관한 곳에도 사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처에 통신비를 추가하면서 소액결제 허점이 열렸던 것이 문젠데, 중기부측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문제 때문이란 설명이다. 폰 게임 결제 등 목적 외 부정사용이 의심돼 자진해서 통신비를 반납한 비율은 0.6%에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5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 사업은 수요예측 부실-> 예산 과다 책정-> 예산 소진 목적 사용처 확대-> 폰게임 결제 등 부정사용 문제 확인-> 사용처 축소로 이어진 사업이었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 사업은 고물가·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2025년 6월 제1회 추가경정예산으로 신규 편성된 한시 사업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신용·체크카드 크레딧 5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예산(계획현액)으로 1조5659억원을 책정했고, 306만여 회사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사용처 확대 때문이었다. 지원 사업 초기 크레딧은 공과금과 4대 보험료에만 쓸 수 있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8월 2차 공고를 통해 통신비와 차량연료비를 사용처에 추가했다. 예정처는 지출항목 확대 이유에 대해 “부담경감크레딧으로 사용된 통신비와 차량 연료비 규모를 고려할 때 기존 공과금·4대보험료 지원만으로는 예산을 전액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중기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적했다. 실제로 통신비 사용액은 1849억원으로 전체 사용액의 12.4%, 차량연료비는 5277억원으로 35.3%를 차지했다.
문제는 통신비에 모바일게임 결제 등 휴대폰 소액결제까지 포함 된다는 점이었다. 제도상 빈틈을 이용해 경영과 무관한 지출에 크레딧을 쓰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년 11월 크레딧 수혜자 298만명에게 목적 외 사용이 의심되면 자진취소하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실제 자진취소는 11억2400만원(1만9395건)에 그쳤다. 전체 통신비 사용액의 0.6% 수준이다.
중기부는 게임 결제 등에 사용된 예산 회수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기부 담당관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소상공인이 통신비로 게임 결제를 하는 것까지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통신 3사와 협의했지만 어떤 결제가 경영에 도움이 되는 지출인지 게임 지출인지를 구분 하기가 어렵다.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통신사도 가려내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 쓴 부분은 자진취소하도록 공지해 일부 통신료 사용분이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정처가 지적한 ‘수요 예측을 잘못 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중기부측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 담당관은 “지난해 사업과 관련해서 운전이나 용달을 많이 하는 소상공인, 통신판매를 하는 소상공인이 많아 연료비와 통신비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후속 사업인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에서는 통신비를 사용처에서 뺐다.
수요 추계도 빗나갔다. 중기부는 당초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 사업의 예산을 2025년 연말까지 소진하지 못해 사용기간을 올해 1월31일까지 연장했지만, 지원 결정된 크레딧 1조5345억원 가운데 실제 사용액은 97.3%인 1조4928억원에 머물렀다.
예정처는 “사업 추진 전 소상공인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을 설계한 결과”라며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수요 과다 산정과 부작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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