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시 근로자대표와 성실 협의 의무화 등
임금 개편 외 직무·직위 재설계, 근로시간 조정 명시
근로자과반 동의→의견 청취 취업규칙 특례조항 신설
2037년 65세 정년 도달 잠정 결론…與 “결단만 남아”
[헤럴드경제=주소현·권제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5세 법정 정년연장과 연계해 근로자대표의 실질 권한을 강화한다. 정년이 늘어나는 구간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사용자와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년연장 추진을 계기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근로자대표제의 개편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정년연장을 위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개정안에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주에게 정년연장에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는 절차적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사업주가 근로자대표와 협의로 시행해야 할 정년연장에 필요한 조치도 구체화한다. 기존 고령자고용법에는 ‘임금체계 개편 등’만 명시됐지만 개정안에는 직무·직위 재설계, 근로시간 조정 등이 추가된다. “정부 지원을 의무화하자”는 노동계의 주장과 “임금 조정을 전제로 협의하자”는 경영계의 주장을 절충해 이번 안을 특위가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대표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의 대표자, 과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가리킨다. 근로자대표는 근로조건, 고용안정, 안전보건 등 전반을 사업주와 협의·합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정년연장 추진 과정에서 근로자 측의 협상력을 키울 보완책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사관계법령 중 취업규칙에 관해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의무화한 조항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과 유사한 직무·직위 재설계와 근로조건 조정을 협의 의무 대상으로 둬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근로자대표제 강화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의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위는 근로자 과반의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임금체계 개편, 직무 또는 직위 재설계, 근로시간 조정 등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신설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완화한 취업규칙 특례 적용을 단계적 정년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고용기간으로 제한하고, 취업규칙 변경 특례 조항 유효기간도 2036년까지만 효력을 갖도록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자 과반에 보고만 해도 되는 조항”이라며 “사실상 근로자가 반대할 권한이 없고 사용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정년에 도달하는 장기근속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는 구조에서 임금 조정 없이 정년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요구를 일정 반영한 셈이다.
정년연장 법제화 과정에서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커지면서 근로자대표제를 연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근로자대표는 법적 지위 및 임기, 활동, 선출 방식 등이 현행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를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및 근로자참여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년연장 사안에 정통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년연장과 무관하게 근로자대표제는 계속 입법을 시도하다 무산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왕 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할 때 근로자대표제를 함께 추진하는 게 정년연장 현장 안착에 더 낫다”고 말했다.
한편 특위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2029~2030년 61세 ▷2031~2032년 62세 ▷2033~2034년 63세 ▷2035~2036년 64세 ▷2037~2038년 65세로 격년마다 1세씩 상향하는 안을 잠정 결론짓고 입법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은 다 확인했기 때문에 (최종)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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