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CIA·DIA, 협상 태도 변화 어렵다고 판단”
WSJ “이란, 미사일 기지·교량 등 빠르게 복구”
유엔 총장 “중동 상황 통제 불능…지금은 물러설 때”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은 현재와 같은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협상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공습 피해를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하고 있으며, 미국이 장기적인 소모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CNN은 사안을 잘 아는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이란 관련 평가에서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 군사력에 일정한 타격을 줬지만, 현 수준의 군사행동만으로는 테헤란 지도부의 협상 전략이나 의사결정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이란 전문가 알렉스 바탄카는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경제적·군사적 고통을 감수할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세계 원유 공급망을 흔들었고, 걸프 국가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비대칭 공격의 효과도 입증했다고 CNN은 전했다.
여기에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이란의 대미 압박에 힘을 보태고 있다.
CNN은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비판해 온 ‘영원한 전쟁’(Forever War)과 유사한 장기 분쟁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인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중동 해상 교통로를 둘러싼 긴장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바탄카는 “미국과의 외교를 반대하는 세력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현재 이란을 이끄는 핵심 세력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더라도 무기한 전쟁보다는 협상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스라엘과 서방 정보당국의 위성사진 분석을 인용해 이란이 미사일 기지와 교량, 항만, 생산시설 등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주요 인프라를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서부 칸가바르의 미사일 기지 터널 입구와 진입로는 수주 만에 복구됐으며, 무너진 교량도 며칠 만에 다시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됐다.
란 코하브 전 이스라엘 공군·미사일방어군 사령관은 “이란은 미사일 비축량을 다시 채웠으며 매우 인상적인 산업화·재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사일 기지의 경우 공습이 시설 전체를 파괴하기보다 터널 입구를 붕괴시켜 접근을 차단하는 데 집중됐기 때문에 내부에 저장된 무기는 대부분 보존됐고, 이란은 굴착 작업만으로 다시 운용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신형 미사일과 드론 생산시설 역시 공격 대상이 됐지만, 핵심 부품을 이미 지하에 충분히 비축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 같은 복구 속도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장해온 ‘이란 군사력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는 평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중동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빠지고 있다”며 “지금은 모두가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