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민선 9기 첫 업무보고…여야 의원 발언 모두 메모

야당에도 ‘협치’ 손 내밀어…‘민선 8기 간판’·관용차도 그대로

당선사례에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민선 8기 비전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부정 아닌 계승·발전”

최근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주변에 설치된 입체 간판. 민선 8기 충남도정 비전이 그대로 걸려 있다.  [충남도 제공]
최근 내포신도시 고속·시외버스 정류소 주변에 설치된 입체 간판. 민선 8기 충남도정 비전이 그대로 걸려 있다. [충남도 제공]

[헤럴드경제(홍성)=박병국 기자] “존경하는 이지윤 의원님이 인공지능(AI) 기반 악취확인시스템을 말씀하시면서…. 최경환 의원님께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태안이…. 편상범 의원님께서 해양쓰레기가 지자체 경계를 넘어….”

충남도의회 제370회 본회의가 열린 이달 14일, 민선 9기 첫 업무보고 중 조금은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박수현 충남지사가 두장의 메모지를 꺼내들며 본회의에서 발언한 의원 11명의 이름을 부르며, 받아적은 발언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박 지사는 “첫 번째 5분 발언을 주신 의원님들의 말씀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메모했다”며 “저와 충남도 전 공직자는 의원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도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도의회 업무 보고와 출석 요구 대상에 도지사 비서실을 포함시키겠다”며 “존경하는 충남도의회가 요청하기 전에, 충남도가 선제적으로 그리고 모범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사의 민선 9기 도정 비전 ‘통(通)하는 충남’이 의회에서 처음으로 작동하는 순간이다. 박 지사는 본회의 직후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쇼라고 누군가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쇼가 4년간 지속되면 진심이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 누구나 협치와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되묻자 “국민의 눈높이는 의외로 낮다”며 “그 낮은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치인이 문제”라고 답했다.

박수현 충남지사가 지난달 지방선거 승리 후 충남 지역 곳곳에 걸었던 당선사례 현수막.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 새로운 충남으로 도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는 글이 적혔다. 박 지사는 1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전임 도정의 좋은 정책은 계승하는 실용적인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박수현 지사 측 제공]
박수현 충남지사가 지난달 지방선거 승리 후 충남 지역 곳곳에 걸었던 당선사례 현수막.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 새로운 충남으로 도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는 글이 적혔다. 박 지사는 1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전임 도정의 좋은 정책은 계승하는 실용적인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박수현 지사 측 제공]

그는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대나무 마디론(論)’을 펼치며 전임자에 대한 ‘부정’이 아닌 ‘계승·발전’을 강조해왔다. 성장 후 마디를 만들고, 그 위에서 다시 성장을 이어가는 대나무처럼 상대후보였던 김태흠 전 충남지사의 성과를 잇겠다는 것이다. 그는 후보 시절이었던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기본 원칙은 김 지사의 4년 도정 위에 박수현의 도정을 쌓는 것”이라며 “잘한 것은 잇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당선사례 현수막도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 새로운 충남으로 도민과 함께 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상대 후보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공주·부여·청양 선거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을때는 ‘참 감사했습니다. 당선인님, 공주·부여·청양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또 충남도청과 내포신도시 제1 관문인 홍북터널 양쪽 입구 상단에도 걸린 ‘힘쎈충남’ 입체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은 민선 8기의 도정 비전이다. 이는 신임 도지사 이·취임 시간에 맞춰 기존에 설치된 도정 비전을 교체하던 관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박 지사는 “ 민선 9기에 힘쎈충남과 통하는 충남 두 가지 목표를 다 세우자고 해서 철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집무실과 관용차를 불필요하게 바꾸지 않은 것도 도정의 연속성과 예산 절감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사는 “계승할 것은 과감히 계승하고, 보완할 것은 솔직히 보완하는 것이 도민을 위한 책임 있는 행정”이라며 “좋은 정책에는 전임과 후임, 여야의 구분이 없으며 도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흔들림 없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대 내포캠퍼스, 국방산업 육성, 공공기관 이전, 석탄화력 폐지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특히 민선 8기에서 마련한 산업 기반과 대규모 투자계획은 민선 9기의 AI 대전환 전략과 연결해 더 큰 성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