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노동쟁의 대상 너무 확장”
노동부 광주팹·N% 성과급 논란에 정부 기준 마련
[헤럴드경제=김용훈·서영상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안착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의 광주 반도체 공장(팹) 건설 교섭 요구와 대기업 노조의 ‘N% 성과급’ 요구 등이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기준을 정리하라”고 공개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영훈 장관은 22일 출입기자단과 만나 “대통령이 지시했으니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며 “이번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주장과 같은 사례도 있는 만큼 현장 노사에 법과 제도의 취지를 좀 더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원 판단에만 맡기지 말고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 행정지침 등을 통해 정부가 기준을 정리해 달라”고 김 장관에게 지시했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공장 신설 문제를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한 데 대해 “극단적으로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장을 못 짓는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회사의 모든 경영권 행사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발언은 노사 갈등이 정부 핵심 성장 전략인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호남 반도체팹을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당연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대통령 말씀은 이 같은 문제의식들에 대해 노동법 등에 어떻게 반영시킬지 구체적으로 검토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전날 “광주 공장이 노동쟁의 대상이라는 주장인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 없는 게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한 데서도 드러나 듯 해당 사안이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해석지침을 보다 구체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도 기업 투자나 합병·분할·양도 등 경영상 결정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으로, 그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공장 신설이나 사업 이전 과정에서 전보나 근로조건 변경 등 노동자의 권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확산하는 ‘N% 성과급’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카카오·LG유플러스 노조 등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노동자들에게 정확하게 선을 제시해주는 차원”이라면서 “임금협상 등 명확히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들과 달리 (성과급, 공장 이전 등에서) 선을 넘으면 그것은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노동친화적인 정부다. 다만 아닌 것들을 떠안겨 주면서까지 노동친화적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경영권과 근로조건 경계를 모호하게 규정한 노란봉투법이 현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노조가 경영 판단에 개입할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전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새롭게 제한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정 노조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노동기본권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기본권 확대라는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이 대통령 발언은)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약하려는 매우 우려스러운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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