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와 폭염 반복되는 올여름
무방비 노출된 서울역 노숙인들
[헤럴드경제=이우중 수습기자·김아린 기자] 찜통 더위가 이어지다 한때 강한 비가 휘몰아친 지난 14일 오전 6시30분께 서울역 앞 육교 아래. 이곳에 모인 노숙인들의 손에는 젖은 옷이 담긴 비닐봉투가 들려 있었다. 곳곳에서 젖은 옷을 말리거나 세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이처럼 더위와 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육교 인근 공간에서 생활하는 A씨 옆에는 지원센터에서 받은 물 한 병이 놓여있었다. 얼음은 녹아내려 물은 미지근한 상태였다. 그는 “하루 두 번 받는 얼음물로 여름을 버티고 있다”며 “겨울에는 껴입으면 되는데 여름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대입구역과 서울역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는 문경민(66) 씨는 “요즘같은 날엔 지하도에서 자고 일어나면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찝찝하다”며 “얼굴은 화장실에서 몇 번이고 씻을 수 있지만 샤워할 수는 없어서 돈이 생길 때마다 공중목욕탕을 다녀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오늘은 바람도 불고 구름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서울역 일대 노숙인을 돕는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에는 이들처럼 폭염과 폭우를 피해 찾아오는 노숙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센터는 24시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한편 샤워와 세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여름철에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날도 센터에는 ‘7월 1일부터 런닝, 속옷이 부족해 지급이 어렵다. 최대한 빨리 구매해 정상지급 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 여름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각종 의류”라며 “시민들께서 입지 않는 옷을 후원해 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일시적 대책에서 벗어나야”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올여름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세우는 등 폭염 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회성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거리노숙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6월 여름철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거리 노숙인 밀집 지역에 무더위 쉼터와 응급 잠자리를 운영하고 얼음물과 냉방매트 등 냉방 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폭염이나 한파가 발생할 때만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노숙인과 에너지 빈곤층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평소에 파악하고 365일 상시적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방편보단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노숙인들은 경제 문제, 알코올 의존, 정신질환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원인에 따른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발표 예정인 ‘제3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 현장의 다양한 사례와 전문가 의견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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