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부장검사, 수사 대상 변호사에 급전 빌려 부적절 논란
-사건 담당 검사 만나 식사 대접, ‘셀프 고소’ 등 수사 방해 정황도
-檢 14년 만에 특별감찰팀 가동…수사팀 전환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현직 엘리트 부장검사와 동창 간 ‘부적절한 돈거래’ 사건의 전말이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법조계의 고질적인 악습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사를 지휘하는 고위 검사가 피의자가 된 변호사에 급전을 빌리는 등 상식을 벗어난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내부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8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이 된 김형준(46) 부장검사는 올해 1월까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재직했다. 합수단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 금융범죄 조사기구의 고발 사건 등을 수사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증권가를 둘러싼 각종 경제 사건을 담당하기 때문에 김 부장검사는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김 부장검사와 동창 김모(구속) 씨가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 등장했던 박모(46) 변호사가 당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박 변호사가 상장업체인 A사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ㆍ합병을 노리는 과정에서 대량보유 지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자본시장법은 자신은 물론 특별 관계인까지 합쳐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5일 이내에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박 변호사 측이 이러한 규정을 어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이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여전히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당시 합수단 단장이었던 김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 대한 금감원 조사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부장검사의 검찰 1년 후배인 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평소 김 부장검사와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부장검사가 수사에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휘 책임자인 검사가 피의자인 변호사와 돈거래를 한 것 자체가 직무상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변호사는 김씨로부터 받은 1000만원에 대해 대검찰청 조사에서 “김 부장검사가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내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이고, 두 사람의 돈거래 통로로 이용된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검사의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식사 대접을 한 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에 공개된 김 부장검사와 김 씨 사이의 대화록을 보면 김 부장검사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와 식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검찰 수사관과 전ㆍ현직 고위 검사 등을 광범위하게 만나 김씨 사건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검찰청은 전날 김 부장검사 감찰을 위한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강도 높은 감찰에 돌입했다. 지난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 이후 14년 만의 구성이다. 특별감찰팀은 팀장인 안병익(50) 서울고검 감찰부장을 필두로 대검 감찰본부와 일선 파견검사 4명, 수사관 10명으로 운영된다.
감찰 도중 상당한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김 부장검사 등은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고, 특별감찰팀도 즉시 수사팀으로 전환돼 강제 수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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