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은 한 사람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 배우고, 일하고, 돌보고, 지역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의 기본 인프라다. 저출산·고령화, 디지털 전환, 지역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평생교육은 개인의 자기 계발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공공정책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4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2.3% 수준이다. 성인 10명 중 7명 가까이는 한 해 동안 형식·비형식 학습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서울시 자료도 비슷하다. 서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2.0%로 전국 평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직업능력 향상 교육 참여율은 10.6%에 그쳤다. 배움이 필요하다는 말은 넘치지만, 실제 삶의 전환을 돕는 교육은 아직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
평생교육의 격차는 곧 사회적 가치 성장의 격차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노인은 복지서비스 신청에서 배제되고, 경력 단절 여성은 재취업의 문턱에서 멈추며, 중장년은 산업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지 못한다. 청년에게도 마찬가지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지역사회와 공공문제에 참여하는 역량, 타인과 협력하는 시민성,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힘은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히 길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평생교육 정책은 강좌 수를 늘리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첫째, 지방정부는 복지관, 도서관, 대학, 기업, 사회적경제 조직을 연결해 지역 단위 학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이러한 지역사회의 생태계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교육의 성과를 수강 인원으로만 보지 말고 고용 유지, 사회참여, 건강관리, 고립 완화, 돌봄 역량 향상 같은 사회적 가치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국가의 보조금을 성과 베이스로 지급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셋째, 취약계층에는 수강료 지원보다 더 촘촘한 접근 보장이 필요하다. 이동 지원, 디지털 기기 지원, 야간·주말 과정, 돌봄 연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기업 역시 평생교육을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보아야 한다. 직원 재교육, 은퇴 전환 교육, 지역주민 대상 기술교육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이자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대학도 청년만을 위한 기관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중장년, 노년, 이주민, 경력 단절자를 위한 열린 캠퍼스가 될 때 대학은 지역소멸을 막는 지식 거점이 된다. 중앙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진 성인 학습 재원을 조정하고, 지방정부는 현장의 수요를 읽어 맞춤형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이기도 하다.
평생교육을 사회적 가치 정책으로 세우지 못하면, 기술 변화와 인구 변화의 부담은 결국 가장 약한 시민에게 먼저 전가된다. 평생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자격증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서로를 돌보며, 자기 삶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 평생교육은 복지, 고용, 지역재생, 사회적경제를 잇는 핵심 정책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배움이 개인의 사다리라면, 평생교육은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게 붙드는 안전망이다.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나라라면, 먼저 누구나 다시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윤진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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