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일어난 물류대란 때문에 채권단 및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너무 구조조정에 신규자금지원이 없다는 ‘원칙론’에만 매달려 한진해운을 지원 하지 않으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신규 자금지원을 했다면 한진해운은 과연 회생할 수 있었을까?
6일 채권단등에 따르면 채권단이 약 6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지원을 시행했더라도 한진해운이 살아남기는 역부족이었다는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말을 기준으로 약 6500억원의 용선료미납, 하역작업료 미납등의 상거래 채무가 있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용선료 연체를 이유로 선주가 한진해운 소속 한진패라집호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억류하는 등 상거래 채무가 계속되면 한진해운은 영업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지난 8월 말, 채권단이 6000억을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 돈은 대부분 상거래 채무를 상환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데 쓰였을 것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하지만 상거래 채무만 갚는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회계법인이 한진해운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2분기(4~6월)동안 한진해운은 2120억원어치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말까지 4000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한진그룹측은 자구안에서 대한항공을 통해 유상증자로 약 4000억원의 돈을 집어넣겠다고 말했지만 이대로면 올해 말까지 운영자금을 쓰고 나면 남는게 없다.
한진그룹측은 이어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운업 침체가 지속되면 이 돈도 2017년 1분기 안에 사라지게 된다. 이후에 필요한 운영자금은 모두 또다시 빚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이 2018년까지는 흑자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족 자금을 최저 1조원, 해운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경우 많게는 1조 7000억원까지로 내다봤다.
5000억에서 1조 가량의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기간이 도래하는 사채권들도 문제다.
한진해운은 올해 4000억원, 내년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온다.
이를 갚을 방법은 전무하다.
한진해운측은 사채권자협의를 통해 채권의 일부는 출자전환하고 만기를 연장하겠다고 말했지만 절반 이상은 언젠가 갚아야 할 돈으로 남는다.
2018년까지 적자가 예상되는 한진해운이 이 돈을 갚을 방법도 전무하다.
결국 채권단이 이번에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지원을 한다 해도 내년 1분기 중 한진해운은 또다시 자금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흑자전환까지 한진해운이 버티려면 적어도 1조 1000억원, 많게는 1조 6000억원 규모의 혈세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같은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가뜩이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의 적절성을 따지는 청문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채권단으로서도, 금융당국으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만약 한진해운에 채권단의 돈을 넣어 살리려고 한다면 규모도 규모인데다 용선주나 사채권자들이 ‘국가가 나서서 살리려 하는구나’라고 인식하면서 협상에 잘 응하지 않는 등 배짱을 부릴 수 밖에 없다. 그런 경우 천문학적인 돈이 계속 들어가게 되고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며 법원측도 법정관리 기간 중 운영자금으로 1000~2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채권단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및 채권단은 ‘대주주 책임론’을 내세우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원에서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이에 앞서 한진 측이 먼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5일 오후에야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안했다. 업계는 한진해운이 지원하는 금액이 약 2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