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월드’ 주연 션 리처드 인터뷰
키스로 끝나고 꽃미남 샤워신… 50개의 법칙 줄이고 줄여 담아내
“우리가 강조했던 건 패러디가 돼선 안 된다, 놀리고 조롱하는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거였어요.”
지난 7월 넷플릿스를 통해 공개된 한중미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는 K드라마에 푹 빠진 ‘덕후’ 여주인공 클레어(리브 휴슨)을 중심으로 한국드라마의 세계를 인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즐겨보던 ‘사랑의 맛’이라는 드라마 안으로 빨려들어가 주연배우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큐피드 역할을 한다. ‘사랑의 맛’의 주인공은 재벌2세 셰프. 백마 탄 왕자와 캔디 설정에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고약한 재벌가 사모님도 등장한다. 한국드라마의 전형적인 설정들이 일목요연하게 녹아난 이 드라마는 지난 4월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 비키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드라마의 인기가 상당했다. ‘최단 기간 최다어 번역’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키 이용자의 80%는 비아시아인이다. “24시간 만에 30개국의 팬들이 자국 언어로 자막을 달았어요.”
‘드라마월드’를 제작하고 주연을 맡은 배우 션 리처드(32)를 지난 31일 만났다. “패러디는 아니었어요. 패러디보다 중요한 건 스토리였죠. 한류드라마의 중심에 뭐가 있는지, 한류팬들은 뭘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게 중요했어요. 3개월 내내 한국드라마 법칙만 연구했어요.”
‘드라마월드’가 가져온 한국드라마의 법칙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모든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끝난다. 두 번째, K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자신감, 외모, 약간의 오만함, 여자주인공을 배려하는 신사여야 한다. 세 번째, 남자주인공의 샤워 신이 반드시 등장한다. 네 번째, 훼방꾼과 장애물이 많을수록 진정한 사랑이 된다. 다섯 번째, 진정한 사랑이 이뤄지면 드라마가 초기화된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엄청나게 고민을 했죠. 그러다 결국 사랑,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한류드라마의 중심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사실 다섯 개의 법칙으로 압축하기 이전 션 리처드와 감독(크리스 마틴), 작가(딜리)가 만든 법칙은 무려 50개나 됐다고 한다. “50개를 펼쳐놓고 보니 스토리에는 맞지 않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줄일 수 밖에 없었죠.”
대신 드라마 곳곳에 한국 드라마의 설정들을 배치해 재치있게 비틀었다. 이 장면들이 국내 시청자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노골적인 간접광고, 쓰러지는 여주인공을 받아주는 남자, 아침드라마에서 화제가 된 김치싸대기 장면까지 나왔다.
“하하. 김치 싸대기 장면은 네다섯 번 찍었어요. 엄청 아팠죠. 원래 한 번 찍고 나서 잘 나왔는데, 여러 번 찍더라고요. 감독이 저랑 친구이기도 하고, 대본 작업을 하면서 다툼이 많다 보니 일부러 여러 번 찍은 것 같아요.”
션 리차드와 ‘드라마월드’를 연출한 크리스 마틴의 인연은 ‘아테나:전쟁의 여신’쫑파티 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션 리차드는 배우로, 크리스 마틴은 편집팀으로 이 작품을 함께 했다. 스태프가 100여명 있던 쫑파티 자리였는데, 사람들이 저희 둘을 만나게 해준거죠. 둘이 영어로 대화해봐 그러면서요. (웃음) 어색하게 만났다가 친해졌어요.“
영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션 리차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드라마를 보며 배우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고향은 미국 LA, 다행히 한국방송이 나오는 지역이었다. “오래 전 멜로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천국의 계단’이나,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요. 신기했어요. 그 때까지 전 그냥 미국사람이었어요. 미국에선 15년 전까지는 동양의 남자배우들이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아시아의 남자들이 나오는 드라마라니, 정말 신기했죠. 게다가 연기도 잘 하고, 스토리도 재밌고요.”
스물셋(2007년)에 한국으로 온 그는 그 때 처음 한국어를 공부하며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에서 서양의사 알렌 역을 맡으며 데뷔를 하게 됐다. 출발이 좋았다. 비중있는 주연급 캐릭터였다. “좋은 역할이었죠. 음…한국드라마에선 그런 역할은 5년에 한 번쯤 나오는 것 같아요. 외국인 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나 출연기회는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제가 만들기로 한거죠.”
한국드라마를 배경으로 만든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한드 열풍 때문이었다.
“서양의 한류팬들은 자신들을 ‘수퍼팬(super-fan·광팬)’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평범한 팬이 아니라는 거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열정적으로 찾아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류상품을 소지하죠. 한국드라마의 팬이라는 건 유니크하면서도 핫한 느낌을 줘요. 쿨한 거죠.”
션 리처드는 해외에서의 한국드라마 인기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1회부터 아무렇지 않게 베드신이 등장하는 미드와는 달리 순수하고 어떻게 보면 순진하기까지 한 사랑 이야기”는 한국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 거기에 “만화 주인공과 같은 잡티 하나 없는 예쁘고 잘 생긴 남녀배우들의 모습”을 “여성시청자가 특히나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이다. “모바일 기기의 사용이 자유롭고 자막을 보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이 한국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키에 올라온 ‘드라마월드’의 자막 역시 팬들이 직접 번역해 드라마의 정보를 공유한다.
현재 시즌2에 대한 요청이 많다.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가장 많이 나온 시청자의 반응은 “시즌2는 언제 나오냐”는 질문과 “나도 클레어처럼 드라마 속에 들어가고 싶다”거나 “내가 클레어예요”라는 자기고백이었다.
“빨리 해야하는데… 하게 된다면 한국 드라마가 배경이죠. 새로운 법칙과 보여주고 싶은 클리셰가 많아요. ‘기억상실’ ‘갑작스러운 암 투병’ 같은 거요.(웃음)”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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