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우리나라 산림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은 국가 탄소 중립의 핵심 거점이자 임업인의 삶의 터전이다. 매년 산림청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지자체 보조금 형태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산림 경영의 질적 수준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확대된 ‘산림사업법인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사유림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전문성 결여와 사후관리 부실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산림사업법인은 3,000여 개에 달한다. 시장 문턱은 낮아졌으나 내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산림기사나 기술사 자격증을 대여받아 요건만 갖춘 영세 법인들이 난립한다고 한다. 과당경쟁을 벌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저가 수주와 사업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산림사업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수십 년간 가꾸는 일로 지형과 수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 인력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조림 실패 등 돌이킬 수 없는 자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정에 어두운 외지 업체가 낙찰 후 떠나버리는 구조에서는 사후관리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투명성을 얻기 위해 산림의 전문성과 영속성을 희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임업 선진국들은 일찍이 ‘산주 주도형’의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산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산림경영협의회(FPA)’나 ‘임업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전문 기술자(포레스터)를 고용해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을 수행한다.

일본은 ‘산림경영관리법’을 통해 경영이 어려운 사유림을 지자체가 위탁받아 전문성을 갖춘 ‘의욕 있는 임업 경영체’에 장기간 맡긴다. 최저가보다 업체의 지역 기여도와 지속 가능한 경영 능력을 핵심으로 본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산림사업을 단순한 용역 공사가 아닌, 산주가 직접 참여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전문 조직에 장기적으로 위임한다는 점이다.

산주들의 ‘직접 사업 추진’ 요구와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첫째, ‘임업인 직접 시행제도’의 단계적 도입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산주나 임업 후계자에게 본인 소유 산림에 한해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보조금을 정산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부정 수급 문제는 디지털 이력 관리와 실시간 현장 확인 제도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둘째, ‘지역 거점형 전담 경영체’ 육성이다. 검증된 지역 조직을 전담 경영체로 지정해 5~10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역 산림을 잘 아는 주체가 책임지고 사후관리까지 전담하는 것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셋째, ‘산림경영 바우처’ 제도 도입이다. 산주에게 바우처를 지급해 전문가 파트너를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시장 원리에 따라 법인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고 사후관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산림 예산은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행정 편의적인 입찰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산주를 경영의 주체로 세우는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산주가 자기 산에 애정을 갖고 직접 경영에 참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산림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다. 숲의 주인이 산주와 임업인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장의 전문성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kwonh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