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주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휴전 연장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사실과 파키스탄의 요청에 따라 이란 지도부와 대표단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휴전 연장 시한은 언제까지라고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이란이 통일된 협상안을 내놓고 논의가 종결될 때’까지로만 표현, 사실상 기한을 정하지 않고 휴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이란 해상봉쇄는 계속되며 그 외의 준비태세도 지속된다고 전했다. 종전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에 미국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이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식 협상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면서 종전협상이 오리무중된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로서는 ‘고물가 수렁’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큰 상황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 물가는 중동전쟁 여파로 석탄·석유제품 등이 급등하면서 7개월 연속 올라 전월보다 1.6%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았던 2022년 4월 1.6% 이후 4년만에 최고치다. 석탄 및 석유 제품 상승률(31.9%)은 외환위기때인 1997년 12월 57.7%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지난달 수입물가도 전월보다 16.1% 올라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는 종전 기대감으로 유가가 하락세를 보여왔는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물가 안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수입·생산자 물가 상승은 소비자 물가로 직결돼 소비침체와 경기 냉각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종전협상이 극적 타결을 맞으면 다행이지만 그렇더라도 이미 파괴된 인프라는 협상 타결만으로 곧바로 정상화되지 않는다. 에너지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비가 최대 580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하고, 생산량 회복에 최장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로서는 전쟁발 고물가 장기화를 상수로 두고 원자재 공급망 다원화 및 산업체질 개선,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중동발 유가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성장 둔화, 고환율이 겹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했다. 중앙은행의 본령은 물가 안정이다. 물가안정 없는 성장은 사회적 양극화를 부른다. 지금의 고물가는 수요보다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어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잡기 어렵다. 재정정책과의 공조, 물가형성 구조개혁 등에도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
m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