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예전에는 어떤 내용을 더 재밌게 쉽게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2024년을 지나면서부터는 요즘 시대에 대학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방법과 태도, 그리고 내용을 동시에 고민하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예전부터 교수법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대학에서 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고민을 교수자 혼자만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점차 강해지는 상황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정말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얼마 전부터는 AI를 활용하여 작성한 논문만을 발간하는 학술지도 생겨났고, 이제는 학술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성과를 겨루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 학생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또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켜야 할 것인가. 이전의 판서식, 강의식 수업에서 어떻게 탈피해야 할 것인가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에는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AI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는 외부 업체를 통해 AI 교육을 대행시키고, 아이들은 그 시간에 AI를 활용하여 시를 쓰고 책도 만든다. 오픈 클래스에서 본 아이들의 성과물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였다. 모든 아이가 시적 감성과 스토리텔러로서 자질이 충만하였다. 하지만 무언가 헛헛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될 수 있는 사회. 하지만 아이들만의 생각이 담겨있다기보다는 무언가 정형화된 기계적인, 천편일률적인 결과물을 보며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기계 활용과 콘텐츠를 짜내고 이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근거리에서 경험하고 나니 학부모로서의 걱정, 교수자로서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오픈 AI 창립자 샘 올트만은 AI 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하여 AI가 부를 재분배하는 세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때 벌어졌던 여러 사회문제가 이제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예상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동의 재분배 및 정렬에서 나아가 능력의 격차가 곧 부의 격차가 되는 사회가 이미 다가왔다. 이러한 사회에서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교육에서 나아가 인간의 창의성이 고도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좀 더 세심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 간의 관계, 공동체에 대한 인식, 사회적 연대감이 중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초중고에서의 교육, 대학에서의 교육은 보다 더욱 기초에 충실하여야 할 때가 왔다. 인문사회학적 학습을 충실히 하고, 사회의 작동 원리에 대하여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한다. 철학적 가치의 의미에 대해 더욱 생각하고, 기술적인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단언컨대, 단순히 AI를 활용하여 시를 쓰고 글을 쓰는 교육은 이러한 것을 충족할 수 없다.

결국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보다 더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나만이 잘나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세상이어야 공존할 수 있다. 나 대신 생각할 수 있는 기계를 아주 섬세하게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 그리고 어른들 모두가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윤진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교수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