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 경희대 교수
조현용 경희대 교수

에델바이스는 꽃 이름입니다만,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도 잠깐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고산지대에 피어난 약하지만 강인한 꽃입니다. 아마도 에델바이스를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노래 덕분일 겁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뮤지컬에서 나라 잃은 슬픔을 에델바이스는 절절히 보여주었습니다. 저도 주인공인 대령이 부르는 낮은 목소리의 에델바이스를 잊지 못합니다.

아리랑의 어원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각각 일리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주장 하나가 다른 모든 주장을 압도할 만큼 절대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여러 번 아리랑에 대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의미 추적 과정도 거쳐 보았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리랑을 사람에 연결하기도 하고, 물에 연결하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아리랑은 고개로 다가옵니다. 이는 아마도 나운규의 아리랑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라는 가사가 명확히 우리 가슴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리랑 고개는 어떤 고개일까요? 왠지 설움과 슬픔이 가득한 고갯마루의 느낌이 납니다. 아주 높은 고개라기보다는 넘기는 좀 숨찬 고개의 느낌도 있습니다. 아주 뾰족하지 않는 포물선을 아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을 던질 때 ‘아리랑 볼’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높이 던지는 것은 아니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입니다. 서울에 있는 아리랑 고개도 험준한 고개는 아닙니다. 즉 힘은 들겠지만 못 넘어갈 고개는 아닙니다. 저는 아리랑 고개는 우리 삶에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고개이지만 못 넘는 고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리랑 고개의 의미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리랑 고개를 민중들이 어떻게 생각하였는지에 관한 추론은 가능합니다. 그 해답의 실마리는 ‘쓰리랑’에 있습니다. 아리랑만으로는 의미 추정이 어렵지만, 대구처럼 쓰리랑을 사용했다는 것은 아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랑’을 제외하고 나면, 아리다와 쓰리다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둘 다 고통을 표현하는 우리말입니다. 속이 아리고, 쓰리다는 표현을 하니 대구도 자연스럽습니다.

아리다는 ‘앓다’와 관련이 있는 어휘입니다. 그리고 앓다는 현대어에서 ‘아프다’로 쓰입니다. 앓다는 동사로 아프다는 형용사로 볼 수 있습니다. 쓰리다의 경우는 ‘스리다’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리다는 ‘슳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슳다는 말은 중세국어에서 슬프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현대어의 ‘슬프다’와 관련이 됩니다. 따라서 아리다는 아프다와 쓰리다는 슬프다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리랑 고개는 아픔의 고개, 쓰리랑 고개는 슬픔의 고개가 됩니다.

아리랑 고개는 아리고, 쓰린 고개이기도 합니다. 나를 버리고 간 ‘임’을 생각하면 ‘아리랑 고개’가 떠오를 겁니다. 그리고 넘어갈 적, 넘어올 적 눈물이 나는 쓰리랑 고개일 수도 있습니다. 아리랑 고개는 한 많은 고개이기는 하지만, 넘어가지 못할 고개는 아닙니다. 그래서 나를 넘겨 달라고 노래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아픔과 슬픔이 찾아올 겁니다. 아픔과 슬픔이 없는 삶이라면 좋겠지만, 그런 삶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도 지나가고 말 겁니다. 아니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기를 우리는 기원합니다.

에델바이스 노래가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듯이 아리랑이 세계인의 가슴 속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슬픈 멜로디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노래로 남아있기 바랍니다. 아리랑이 고통 속에 있는 수많은 이에게 위로와 치유의 음악이기 바랍니다. 최근에 방탄소년단(BTS)의 새로운 음반이 아리랑을 발매했습니다. 공연에서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제 희망이 그저 헛된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외국인도 아리랑을 함께 부릅니다. 아리랑을 듣고, 부르면서 치유를 받았다는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이제 아리랑은 세계인에게 희망과 치유의 음악입니다. 모두 아픔과 슬픔의 고개를 잘 넘어가기 바랍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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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