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정치의 계절이다. 6·3 지방선거가 50여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주요 정당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며 대진표가 짜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주민의 삶과 정치가 결합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숙기에 접어든 시점에 치러진다. 선거 결과는 정치권력 재편뿐 아니라 글로벌 정세 불안정성 속 향후 대한민국의 방향타 설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헌정사상 첫 기초단체장 출신이자 첫 경기지사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며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전직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데다,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싱거운 승부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흥행 요소가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같은 날 진행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눈길이 쏠린다. 조국, 한동훈, 송영길 등 중량급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방선거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보궐선거는 선거 자체가 무효된 데 따른 재선거와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를 합친 말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재보궐 선거구는 이 대통령 당선과 강훈식 비서실장 임명 및 사직으로 인한 계양을과 아산을, 그리고 양문석 전 의원의 피선거권상실에 따른 안산갑 등 보궐선거 3곳과 신영대·이병진 전 의원의 당선무효로 인한 군산·김제·부안갑과 평택을 재선거 2곳 등 총 5곳이다. 여기에 지방선거 도전 현직 의원들이 사직하는 선거구까지 포함하면 10여 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니 총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선거가 채 50여일이 남지 않았고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된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하건만 재보궐 선거구 숫자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에서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를 4월 30일까지 확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지자체장으로 입후보하는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그만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지방선거 출마 의원은 5월 4일까지 사퇴하면 된다.

문제는 현역 의원이 5월 1일부터 4일 사이에 사퇴하면 해당 선거구 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1년 가까이 지역구 의원 공백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정당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는데다, 국민주권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나친 기우일까. 비근한 예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01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선거 30일 전이었던 4월 9일 밤 11시57분께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 통보가 늦어져 결국 보궐선거가 늦어진 전례가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은 표면적으로 ‘꼼수’ 지연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1석이 아쉬운 형편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거나 특정 인물의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등 정치공학적 이유에서 지연 사퇴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겠지만 국회에서 책임지고 지방선거 출마 의원의 늑장 사퇴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신대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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