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도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

지상군 투입·4주이상 장기전 가능성

중동 14國 미국민에 “즉각 대피하라”

이란 “호르무즈 선박 다 불태울 것…

한 방울의 석유도 못 빠져 나가” 위협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군이 항공모함에서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美 중부사령부·AP]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군이 항공모함에서 이란에 대한 ‘장대한 분노’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 [美 중부사령부·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지상군 투입과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을 상대로 한 추가 대규모 추가 공격 가능성도 언급하며, 공세의 강도를 더했다. 미국이 병력 증파 등으로 중·장기전에 대비하는 가운데, 이란은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을 다 불태울 것”이라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원유공급·물류 차단이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불 교전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며 이란 사태가 ‘중동 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대통령들은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나는 지상군에 관한 ‘울렁증’(yips)은 없다”며 “나는 ‘아마도 필요 없을 것’, (또는) ‘만약 필요하면(보낼 수 있다)’이라고 말한다”라고 언급했다. 필요하면 이란으로의 지상군 파견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피력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전투기와 드론, 미사일 등으로 핵심 지도부와 군사시설 제거 등에 집중했지만 지상군이 투입되면 미국이 이란의 영토 장악부터 정권 교체, 지하 핵 시설 장악 등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전쟁의 성격이 바뀐다. 그만큼 군 병력 손실 위험이 크고, 병력을 주둔시키는데 따른 비용도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울렁증’을 언급한 것은 미군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었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고,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물러서야 했다. 이후 지상군을 동원한 전면전은 미국이 기피하는 대목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란의 핵개발 포기, 미사일 능력 파괴, 정권 전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whatever it takes)”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의 강도높은 공격이 더 있을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그들(이란)을 강하게 공격하는 걸 시작조차 안 했다. 큰 파도(big wave)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더 큰 것이 곧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비슷한 톤의 전언을 했다. 그는 이날 연방의회에 출석해 “그들(이란)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미군의 가장 강력한 타격(haredest hits)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이란에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예상보다 빨리 제거했다면서도, 전면전으로 흐르는 이란 공격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예고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역대 전쟁 유공자들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참모들의 전언도 이와 일치한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를(이란 공격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 계속할 것이며,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동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여행 경보가 적용되는 국가는 이란,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레바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이스라엘과 서안지구·가자지구, 요르단, 예멘 등 14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공 사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로이터]
호르무즈 해협의 항공 사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로이터]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 삼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줘 종전에서 유리한 고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IRGC 사령관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은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불태울 것”이라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