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한마리가 있다. 어항에서 키우면 고작 10cm 짜리가 연못에서는 그보다 두세배, 호수에서는 또 그보다 곱절 이상 자란다.

문맥상 의미와 달리 조건이 아니라 의식이 환경을 지배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때 상투적으로 인용된다.

시장에는 ‘5가지 무서운 힘(forces)’이 있다(마이클 포터, 1979). 구매자, 공급자, 경쟁자, 대체재, 신규 진입자다. 기업들은 신사업을 할 때 이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경쟁강도와 수익성을 분석해 전략을 짜게 된다. 전략의 핵심은 지속성과 성장이다.

기업조직은 필연적으로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제품과 서비스의 확대는 물론 공급망과 시장의 확장이 숙명이다. 그것이 수직통합이든 다각화이든 인수합병이든 전략제휴든 방법은 다양하다.

또 시장을 해외로 넓혀가는 국제경영도 필수적이다. 그 방편이 자원을 구성·재배치하는 혁신이며, 이들을 모두 지배하는 게 기업가정신이다.

기업에서 사명(社命)은 나침반 같은 것이다. 사명만 바꿔도 기업이 확 달라진다는 점은 많은 사례로 정리돼 있다. 전문기업에서 역량기업으로, 역량기업에서 역동기업, 혁신기업으로 변해가야 한다.

사명은 달성할 수 없도록 설정해야 한다고 전략론자들은 말한다. “인류의 현실적 삶은 물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한다”와 같이 보다 추상적이며 범위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많은 기업조직들은 전문기업으로 포지셔닝하려 한다. 고객에게 품질, 납기에서 더 신뢰를 준다는 이점 때문이다. 또는 거래상대를 위협할 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다는 의사의 완곡한 표현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런 순진함은 한편으론 국제경영 의지의 부족처럼 보인다. 항상 타인의 공급망 안에서 기회를 찾으려 한다. 기업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다. 사명부터 심각하게 재고해볼 일이다.

의문인 게 또 하나 있다. 우리 사회는 국민의 의식적 정체성을 한반도로 가둬두려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원래 반도인이었던가? 대륙은 물론 해양, 우주, 해저 사방팔방으로 열려 있다.

지난해 11월 주한미군은 ‘거꾸로 보는 한반도 지도’를 공개한 적 있다. 그러면서 “전략적 통찰은 때로 단순한 시각적 변화에서 나온다”며 이해와 인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제국주의 담론을 꺼내려는 게 아니다. 잉어의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듯 사고의 범위를 반도라는 테두리에 가둬선 안 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그 범주에 구속되기에 그렇다. 최소한 오대양 육대주로 열린 관문에 있다는 관점이라도 가져야 기업가정신에 보다 부합한다. 또 그런 정신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더 넓혀서 보면, 지정학적 인식도 우리를 왜소하게 만든다. 언제나 강자들 틈바구니에서 합리적 선택지를 찾으려 한다. 범위를 확장하려 하지 않고 주어진 영역에 안주하려는 생각 탓이다. 기업가라면 ‘내가 강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뿐’이라 생각할 것이다.

또한 내 몫, 내 밥그릇만 바라볼 때 우리 자아는 한없이 왜소해진다. 기업가정신과는 자꾸 멀어게 된다.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 전환기의 진입로에 서 있다. 사회 전반에 기업가정신의 왕성한 확장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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