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기업의 단일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매출도 4분기(93조원)와 지난해 전체(332조7700억원)에서 모두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최근 코스피의 신기록 행진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 반갑다. 이날 코스피는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적이 메모리 반도체에 크게 기대고 있고, 한국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형 반도체 기업에 쏠림현상이 과도해 극복 과제로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반도체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 호조가 주효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타고 DS 영업이익이 16조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대부분은 메모리사업부에서 나왔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 급등과 빅테크 기업으로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중 비메모리부문인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사업부문은 적자를 줄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식시장에서 각각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825조1975억원, SK하이닉스는 552조5538억원이다. 양사를 합하면 코스피 전체(3756조7108억원)의 37%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8일 실적 선반영과 차익실현 매물로 전장보다 1.59%하락 마감했지만,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올랐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두 종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커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업계와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과 목표 주가를 높이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 100조 돌파 예상까지 나온다. 코스피는 곧 5000을 넘을 것이라는 낙관이 팽배하다. 그러나 국내 1, 2위 기업과 주식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월호’에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주로 가격급등에 기인했다며 그동안 생산 증가세는 조정됐다고 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특성상 환율과 범용 D램 가격 방향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수출·산업·증시 구조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메모리 부문 경쟁력 극대화와 함께 비메모리 부문 약진과 반도체 쏠림 극복에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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