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한반도의 급속한 아열대화에 따른 폭염의 후유증이 질병 등에서 하나 둘 불거지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다고 여겨 온 콜레라, 결핵, 수두 등 ‘후진국형 전염병’이 보란 듯이 출몰하고 있다. 기후의 역습이다. 이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국가 감염병 감시관리시스템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체계 실용화 및 선진화 기술 개발’ 연구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치료를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온도 상승이 감염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라리아의 경우 최근 3주전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17.01% 증가하고 쯔쯔가무시증(8주전)은 13.14%, 렙토스피라증(8주전) 18.38%, 신증후군출혈열(8주전) 5.14%씩 늘어나는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수인성 감염병의 경우도 ▷장티푸스(1주전) 1.042배 ▷파라티푸스(당시) 1.365배 ▷세균성이질(1주전) 1.365배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1주전) 1.219배 ▷살모넬라균(4주전) 1.055배 ▷장염비브리오균(1주전) 1.101배 등으로 평균기온 상승이 감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보건당국은 15년만에 콜레라균이 출현한 원인으로 ‘폭염’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해수온도는 예년보다 5도 이상 높아 콜레라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장마철이 강수량이 많지 않은 ‘마른 장마’ 였다는 점도 콜레라균의 증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콜레라는 4주전 강수량이 1㎜ 상승했을 때 질병 발생이 0.998배 줄었다. 콜레라와 같이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8∼9월에 주로 감염자가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올해 23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26일에는 제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폭염으로 냉방기 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들어 발생한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모두 75명,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나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온과 달리 해수 온도는 폭염이 사라져도 쉽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콜레라와 비브리오 패혈증의 발생 추이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상이변에 따라 국내 감염병 발생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앞으로도 콜레라 같은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발생시 조기발견과 초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료진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기후변화가 감염병 발생에 영향 미치는 만큼 국가 감염병 감시관리시스템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