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수년간 등락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지난 10·15대책을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지정하며 시장 과열에 대응하고 있다. 과거의 규제지역 제도가 사후적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대책은 단순한 수요 억제책을 넘어 ‘진입 규제’ 강화를 통해 시장의 과열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특정 지역, 즉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이 집중이 심화되는 양상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구조적 불균형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이 고착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가격 급등세가 꺾인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장기 불황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에도 큰 충격이었다. 부동산가격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상승하고, 도쿄 중심의 일극 집중이 심화되었으며, 저금리 정책과 낙관론이 맞물리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급증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엔고,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조정 국면이 급격히 진행되었고, 결국 자산가격의 급락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로서 대외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전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세계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금융시장의 급격한 조정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부채를 동반한 자산가격 상승은 경기 변동성을 키워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만큼, 정부와 시장 모두 변동성 완화와 건전한 유동성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시장 변동성의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시장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며 금융 불안이 확산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 물가, 환율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국면이어서 당시보다 시장의 안정적 관리가 더 절실한 시점이다. 한 번의 급격한 조정은 자산 불평등 심화와 자원 배분 왜곡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장기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둘째, 시장 참여자의 자기규율이 중요하다. 일본의 과열기에는 낙관론에 기댄 투자와 과도한 레버리지가 팽배했다. 우리 역시 실수요 중심의 거래질서 확립과 건전한 금융 관행,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이 지속가능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책 당국 역시 가계대출의 건전성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단순한 가격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다. 저출산·고령화, 지역소멸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주거와 자산시장 안정, 생산적 자본시장 육성 등이 필수 조건이다. 10·15대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이번 조치가 단기적 규제에 그치지 않고 일본 사례를 교훈 삼아 시장의 자기조정력 회복과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의 장기적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김명수 국토연구원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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