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년 전,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당시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지도였다. 산맥과 강, 고을과 길이 한눈에 펼쳐지자, 누구나 국토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길을 그려 넣은 종이가 아니라, 나라가 어떻게 움직이고 사람들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였던 셈이다. 국토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바꾼 하나의 혁신이었다.
오늘날의 공간정보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다만 종이에 그리던 시대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위치와 속성을 좌표로 기록해 디지털로 표현한다는 점이 다르다. 대동여지도가 조선의 국토를 읽는 눈을 넓혔듯, 오늘의 공간정보는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을 만나 생활과 정책 전반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간정보는 단순한 위치 데이터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융합해 공간정보 AI(Geo-AI)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Geo-AI가 도입되는 미래에는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교통 혼잡을 스스로 줄이고, 드론이 긴급 상황에서 최적 경로를 찾아 구조 활동을 돕는다. 건설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하 구조물까지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우리의 생활 공간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끌어줄 핵심 동력이 바로 Geo-AI다.
정부도 공간정보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 전반을 3차원 데이터로 정밀 구현해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국토’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공간정보에 특화된 AI 기술개발도 선제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공간정보플랫폼(K-GeoP)을 통해 공간정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있으며, 향후 공간정보 오픈플랫폼(V-World)을 통해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간정보를 미래핵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쉽게 활용하도록 개방·공유하며, 청년인재가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도록 교육과 연구의 장을 넓히고 있다. 그간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ODA 사업과 국제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글로벌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간정보가 그려가는 미래를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5 K-GEO Festa」가 바로 그 무대다. K-GEO Festa는 국내 최대의 공간정보 행사로, 산업 혁신과 해외 진출을 이끄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는 위성·드론, 디지털 트윈 등 최신 기술을 폭넓게 전시하고,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관까지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해외 정책결정자들이 국내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공간정보와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새로운 언어다. 대동여지도가 한 시대를 바꿨듯, 디지털 트윈과 Geo-AI는 우리 시대의 길을 새롭게 열고 있다. 이번 K-GEO Festa가 그 미래를 확인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hwsh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