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조선·원자력·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광물 등 5대 전략 산업 분야 총 11건의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 16명,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기업인 21명,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산업 협력의 기반을 다졌다. 양국이 제조업에서 투자·기술·공급망 협력의 실질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조선업 분야 협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조해온 제조업 부활 전략의 핵심으로 주목된다. HD현대와 산업은행은 서버러스 캐피탈과 공동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활용한 기술 지원과 인력 양성 등 미국 조선업과 해양 역량 강화 계획을 담았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은 미 해군 지원함의 유지·보수(MRO),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한국 조선 기술이 미국 해양 역량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과 시장 확대를 위한 4자 MOU를 체결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텍사스 인공지능(AI) 캠퍼스 프로젝트용 대형 원전·SMR 기자재 공급 협력을 추진한다. 한수원은 우라늄 농축설비 투자 참여로 국내 원전 원료를 확보하게 된다. 고려아연이 2028년부터 연간 10t 규모의 고순도 게르마늄을 공급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번 협력은 관세를 낮추기 위한 조치이지만 그렇게만 볼 게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공격적 산업 확장 속에서 한국 제조업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한미 제조업 협력은 기술력을 높이고 안정적 해외 시장을 확보할 기회다. 조선·원자력·핵심 광물 분야 협력은 한국 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특히 SMR 설계·건설·운영과 공급망, 투자·시장 확대까지 포괄하는 협력은 미국 원전 르네상스 과정에 참여하며 실질적 사업 기회를 창출할 전망이다.
과제도 명확하다. 계약과 협력약속이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관리해야 하며, 한국 기업이 미국 중심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독자적 기술력 확보와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 완화, 금융 지원, 인허가 신속화 등으로 기업 실행력을 뒷받침하고, 기업 이익과 국익을 해치는 퍼주기식 지원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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