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간의 가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해체 절차에 들어간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오는 2037년까지 1조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완전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국내 원전 해체 첫 사례로, 원전 건설부터 운영·해체까지 전 주기 기술력을 축적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첫 가동을 시작한 이후 최대 587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국가 전력 수급에 기여해왔다. 2017년 영구 정지된 뒤 해체 승인까지 8년이 걸렸고, 이번 결정으로 해체 절차가 본격화됐다. 국내 기관들은 이미 96개의 핵심 해체 기술을 보유한 상태로, 이번 경험을 통해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600기 이상의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규모만 500조원에 이른다.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리도 기술력과 실무 경험을 축적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건설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소화한 경험은 해외 원전 수출 시 ‘토털 패키지’ 모델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사용 후 핵연료 반출, 주민 설득 등 복잡한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1만4500드럼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저준위 폐기물의 저장 공간 확보는 시급한 현안이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도 문제다. AI(인공지능)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 안보의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고리 2호기 등은 사용연한 문제로 활용이 지연되고 있다. 국내는 10년 단위 연장 제한으로 실질 가동 기간도 짧다. 반면 미국은 20년씩 연장해 최대 80년까지 운전을 허용한다. 안전성을 전제로 수명 연장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체 이후 고리 부지 활용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일반적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으로의 부지 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송전망과 원전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 SMR은 안전성과 유연성을 강점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리 부지를 활용한다면 미래 전력 수요 대응과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원전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돼선 곤란하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 로드맵을 갖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