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에…연초 대비 0.4%p 조정

미국은 1.4% 성장...작년의 반토막

“무역 긴장 완화할 경우 성장률 반등 가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세계은행(WB)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WB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 발표한 2.7%에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높아진 무역 긴장과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전 세계 성장률 2.3%가 현실화하면 2008년 이래 최저치가 된다고 WB는 소개했다.

세계은행(WB) 로고 [로이터]
세계은행(WB) 로고 [로이터]

WB는 “전 세계 경제 주체의 70%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는 예상되지 않지만 향후 2년간의 경제 전망이 현실이 되면 2020년대 첫 7년간의 평균 경제 성장은 1960년대 이래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WB는 시장환율 기준을 활용한 자체분석 기법을 통해 매년 1월·6월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이번 전망에는 한국에 대한 전망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올해 관세전쟁으로 올해 1.4% 성장이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미국 성장률(2.8%)의 반토막 수준으로, 지난 1월 WB가 제시한 2.3% 성장 예상과 비교해도 0.9%포인트 낮다. 내년에는 미국이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역시 1월 예측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1월 전망치(4.5%)를 유지했다. 최근 확대 재정정책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작년보다는 0.5%포인트 내린 수치를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4%)은 1월 예측치와 동일했다. 유로존은 올해 0.7%, 내년 0.8%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월 예상치 대비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일본은 올해 0.7%, 내년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과 비교하면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 공장 재가동과 소비 회복세에 따라 작년(0.2%)보다는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으나, 무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진 탓에 성장률을 조정했다는 게 WB의 설명이다.

선진국 그룹은 올해 1.2%, 내년 1.4%의 성장이 각각 예상됐다. 올해 1월 예측치와 비교하면 0.5%포인트, 0.4%포인트씩 각각 하향조정했다.

WB는 올해 개발도상국의 약 60%가 성장률 둔화를 겪으면서 평균 3.8% 성장한 뒤 2027년에는 평균 3.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대 성장률이 5%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1%포인트 이상 떨어진 전망치다. 올해 초 예측한 개도국 성장률(4.1%)에 비해서도 0.3%포인트 낮다. 저소득 국가들은 올해 초보다 0.4%포인트 내린 5.3%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해 성장률은 4.5%로 둔화하고, 내년 4%로 더 내려갈 것으로 WB는 전망했다. 1월 예측치와 비교하면 각각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관세의 영향을 고려해 올해 평균 2.9%로 상향 조정했다.

WB는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하방요인의 영향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하방요인으로는 ▷관세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의 지속 ▷보복관세 등 무역 긴장의 심화 ▷주요국의 저성장 ▷자연재해 ·분쟁의 발생 등을 언급했다.

다만 WB는 “주요 경제국들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글로벌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무역 갈등이 타결돼 5월 말의 관세 수준을 절반으로 낮춘다면 2025년, 2026년 글로벌 성장률은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과제로는 무역 긴장해소와 신흥·개도국 지원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을 꼽았다. WB는 “무역 장벽 완화를 위해 대화·협력하고 장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면서 “신흥·개도국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확대해 해외직접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분쟁과 난민 증가 등 글로벌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또 “기후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2k@heraldcorp.com